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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둘러댄 이름이 하필이면 살인 용의자

등록 2019-02-21 07:49수정 2019-02-21 09:19

일본인 위장하고 관헌 따돌린 장덕수
위장시 사용한 일본 이름이 공교롭게
살인 용의자와 동명이라 인천서 체포
◆지지리 운도 없는 장덕수(25)씨.
◆지지리 운도 없는 장덕수(25)씨.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1919년 2월20일 인천/엄지원 기자]

상해 신한청년당의 열성 당원인 장덕수(25)씨가 20일 인천에서 일본 순사에 피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타 청년당원들과 마찬가지로 김규식(38)씨의 파리강화회의 파견 소식을 전파하려 동경을 거쳐 국내 잠입한 장씨는 인천 부두를 통해 상해에 돌아가려 하였으나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장씨는 지난 8일 동경에서 유학생들의 만세사건을 목격한 뒤 일본에서의 임무를 다하였으므로 경성을 찾아 조선기독교청년회 전국연합회의 월남 이상재(69)씨 등을 만나 상해와 동경 방면의 운동 소식을 전파하였다. 일본 정부가 감시하는 ‘요시찰조선인’ 중 갑(甲)호에 속하는 장덕수씨는 유아무개라는 유학생으로 위장하거나 ‘기무라 겐지’라는 거짓 이름의 일본인을 가장하여 관헌의 눈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일본인 관리의 도움으로 성장한 그는 외모도 일본인을 연상시키고 조도전(와세다)대의 대웅변가로 알려질 만치 일본말을 조선말보다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라 모든 일이 무사히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장씨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중국 안동현에서는 수색이 심해 하마터면 기차역에서 붙잡힐 뻔하였으나 마침 옆에 나란히 서 있던 일본인 여자의 아기를 팔에 안고 부부처럼 이야기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고 한다”고 전하였다.

그런 장씨가 붙들려 남산 경무총감부로 끌려간 것은 운명의 장난 같은 사건 탓이다. 기무라 겐지라고 하는 평범한 일본인의 이름을 쓴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인천에서 헌병대의 수색에 그가 가짜 신분증을 내놓자 헌병이 외쳤다고 한다. “너, 대판(오사카)에서 사람을 죽였지?” 때마침 대판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피해 공개수배에 오른 일본인의 이름이 기무라 겐지였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을 죽인 기무라 겐지가 아니다’라고 하는 장씨의 말이 통할 리가 없다. 이에 “나는 너희들이 잡으려는 기무라가 아니고 장덕수”라고 신분을 밝히자 헌병대는 “이거야말로 진짜 큰 고기를 잡았다”며 붙잡아갔다고 한다.

도움말: 장덕수는 ‘재외 불령선인’(불온한 조선인)으로서 3·1운동을 배후에서 주모하였다는 이유로 나중에 전남 신안 하의도에 유배된다. 1919년 11월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던 여운형이 일본 경찰과 담판에 나선 뒤에야 석방된다.

△참고문헌

이경남, <설산 장덕수>(동아일보사·1981)

일본 외무성, ‘조선민족운동’, <독립운동사자료집 9: 임시정부사자료집>

강덕상, <여운형 평전 1>(역사비평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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