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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주문 먹튀에 인테리어 사기 의혹…유럽 직구 사이트 ‘카모마일몰’ 주의보

등록 2019-02-25 10:41수정 2019-02-25 11:54

“최고급 자재로 저렴하게 인테리어 해주겠다” 홍보
피해자들 “공사 중단한 뒤 비용 계속 청구” 주장
“독일 귀족 가문이니 믿어라” 소비자들 의심 못 해
유럽 직구 사이트 ‘카모마일몰’ 누리집 갈무리
유럽 직구 사이트 ‘카모마일몰’ 누리집 갈무리
#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조아무개(45)씨는 이사를 4개월여 앞둔 2017년 7월 122㎡(37평)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자재를 알아보다가 유럽 직구사이트 ‘카모마일몰’에서 ‘인테리어 프로모션’ 홍보 글을 보게 됐다. 홍보 글에는 ‘풀패키지 리모델링 프로모션 30~40평 3500만원대(가전기기 700만원 포함)/40~50평 4500만원대(가전기기 1000만원 포함) (2018년도 1월부터는 약 8천만원 예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유럽 사이트에서 얘기하는 ‘최고급 자재’라는 말에 혹한 조씨는 카모마일몰로부터 자재 및 물품을 공급받아 시공을 진행하는 ‘ㄹ아트’에 인테리어를 맡기기로 했다. 같은 해 9월 조씨가 업체와 상담한 뒤 기록한 자료를 보면, 업체 쪽은 예상 예산을 5500만원으로 잡았다. 애초 계획했던 예산을 넘어섰지만 그래도 ‘최고급 자재’를 쓰고 이 정도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사 예정일을 한달 앞둔 10월 초까지도 공사가 시작되지 않자 조씨는 불안해졌다. 업체 쪽은 “공사는 금방 끝날 수 있다”며 공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돈을 계속 요구했다. 결국 조씨는 인테리어 시공업체인 ㄹ아트에 최종적으로 애초 예상 금액의 2배 가까운 1억7백여만원을 입금하고 2018년 7월이 되어서야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2.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유아무개(46)씨도 같은 프로모션 행사에 참여했다. 2013년 친구들 10명과 카모마일몰에서 인덕션을 구매한 적이 있는 유씨는 의심하지 않고 2017년 9월1일 계약금 240여만원을 지불하고 카모마일몰과 인테리어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수상하다고 느낀 건 그 이후였다. 계약 1주일 뒤 카모마일몰은 철거비용 162만원을 유씨에게 요구했다. 2018년 2월 중순 이사를 앞둔 집이었다. 공사가 시작되기도 한참 전에 철거비용을 요구하고, 애초 광고에 적어놓은 3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6000만원을 예산으로 제안하는 등 석연치 않은 요구가 이어졌다. 같은 달 13일 유씨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거부했다. “이미 주방 초안 디자인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씨는 “철거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철거비용 162만원조차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1월 카모마일몰을 사기 혐의로 분당경찰서에 고소했다.

카모마일몰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인테리어 프로모션 관련 글. 피해자 제공.
카모마일몰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인테리어 프로모션 관련 글. 피해자 제공.
‘유럽 현지 제품을 가장 현명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유럽 직구 사이트 카모마일몰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씨와 유씨 등 카모마일몰로부터 비슷한 인테리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 5명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7년 7월께 카모마일몰은 고객들에게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독일 최고급 자재를 이용해 인테리어를 해주겠다고 홍보했다. 업체는 이들에게 국외 건축자재 직구 플랫폼을 만들기 전 홍보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애초 저렴한 가격으로 해주겠다고 해놓고는 공사를 중단한 뒤 돈을 더 요구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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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업체 “사위가 독일의 귀족 가문 출신” 홍보하기도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은 카모마일몰이 계약서에 총예산을 제대로 정확하게 적지 않은 채로 공사 중간에 “페인트값이 필요하다” “인건비가 필요하다”와 같은 이유를 대며 돈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애초 광고했던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사는 김아무개(37)씨도 “업체가 처음 얘기한 예산과 2달 뒤 얘기한 예산이 30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17년 8월29일 김씨가 카모마일몰과 주고 받은 메일을 보면, 업체는 예산 4500만원이 들 것이라고 했지만, 2달 뒤 이사를 앞두고 회사가 제시한 총 예산안에는 7000여만원이 적혀 있었다. 김씨는 “업체가 처음 얘기한 4500만원이 총비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3000만원이나 더 든다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업체가 자신들이 벽 치수를 잘못 쟀다며 이사 당일 갑자기 도장비용 690여만원을 입금하라고 했고, 집에 가니 공사는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자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공사를 중단했다고 해서 자재 업체에 문의해보니, 카모마일몰이 자재 주문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며 “우리에게 비용만 청구하고 그 돈을 자재 주문 등 인테리어에 쓰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주문을 했다는 이유로 환불도 못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인테리어 업체 대표의 의기양양한 태도 때문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테리어를 맡은 업체인 ㄹ아트의 대표 임아무개씨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신의 집으로 고객을 불러 “우리 집도 같은 방식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공사 현장을 보여줬다고 한다. 김씨는 “통화를 할 때마다 임 대표는 자신의 사위가 독일의 귀족 가문 출신이라며 독일 최고급 자재 기업과도 신뢰가 강해 저렴한 가격에 공사해줄 수 있는 것이라며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인테리어 업계는 카모마일몰의 이같은 업무 처리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내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 계약서와 견적서에 세세한 비용을 적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모든 공사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업체가 공사를 맡으면 끝까지 공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사가 진행되다 중단된 상황에서 다른 인테리어 업체가 중간에 들어와 공사를 이어가는 건 사실상 어렵다. 업체가 이 점을 이용해서 공사를 중단하고 돈을 계속 요구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카모마일몰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인테리어 프로모션’ 상품 설명 글. 피해자 제공
카모마일몰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인테리어 프로모션’ 상품 설명 글. 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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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배송 지연 논란도…용산서 피해 사례 30여건 접수

카모마일몰 피해 사례는 비단 인테리어 문제만은 아니다. 이 업체는 지난해 9월께부터 일부 고객들에게 물건을 늦게 배송시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15일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아무개(52)씨는 독일 지맨스사의 전자레인지를 59만원에 주문했다. 주문 유의사항에는 해상 운송이 50~55일 걸린다고 쓰여 있었지만 2달이 다 되도록 물건은 오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22일 분당경찰서에 카모마일몰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해당 사건은 용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으로 이송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박아무개(39)씨도 지난해 12월27일 카모마일몰에서 인덕션을 76만9000원 주고 주문했지만 현재까지 인덕션은 도착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환불을 요청했는데, 업체는 8일이 지난 22일에야 전화를 걸어와 “26일까지 환불해주겠다”고 말한 상태다.

이같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사례가 속출하면서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도 만들어졌다. 지난 1월 ‘레몬테라스’ 카페에 ‘melik_****’이 올린 글을 보면 “직구로 오븐을 사면 조금 더 싸길래 고민 끝에 지난해 6월 구매 입금했는데, 8개월 동안 연락이 뜸했다”며 “차일피일 날짜를 미루고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어렵게 전화 연락이 되면 엉뚱한 소리를 한다. 너무 황당해서 환불을 결정했는데, 그것도 몇달 걸릴 것 같다. 저 같은 피해 없으시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fdkhh*****’도 “상황 모르고 주문했다가 두달 넘게 배송도 안 오고 환불도 안 해주고 있다”며 “안 좋은 댓글은 못 달게 해두고 버젓이 장사하고 있다. 절대 주문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카모마일몰에 돈을 이체하고 물건을 받지 못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한 사람은 30여명”이라며 “업체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모마일몰 누리집 갈무리.
카모마일몰 누리집 갈무리.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카모마일몰은 지난 18일 누리집에 뒤늦게 “배송 및 환불 지연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카모마일몰의 독일 공급사의 파산 신청으로 인해 새로운 공급업체를 수배하느라 배송이 지연됐다”는 사과 및 해명 글을 올렸다. 카모마일몰의 지불대행업체인 유투유 관계자는 배송 지연 사태에 대해 “고객들에게 환불 의사를 물어본 뒤 환불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이미 환불을 해주기도 했다. 곧 모든 배송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인테리어 프로모션과 관련해서는 “카모마일몰과 고객의 소통 부족으로 갈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더 알아본 뒤 의견을 조율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사를 중단하고 돈을 더 요구한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 카모마일몰과 소비자가 오해를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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