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과 당비가 줄어들드는 등 재정상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당직자를 해고한 자유한국당의 조치는 ‘부당 해고’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자유한국당(한국당)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ㄱ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복직한 나머지 당직자 두 명에 대한 소송은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한국당은 2017년 7월 “주된 수입원이었던 국고보조금이 전년도와 비교해 37억원 줄고, 당원이 내는 당비가 51억원이 줄었다”는 이유로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150명의 조합원이 속해있던 한국당 사무처 소속 직원들은 “일방적 정리해고 등 인위적 조치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당은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공고하는 등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그해 12월 ㄱ씨 등 한국당 소속 당직자 3명은 결국 “재정 및 인력 운용상의 필요에 따라 해고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ㄱ씨 등은 “한국당의 조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 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당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당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당직자 3명 중 ㄱ씨를 제외한 2명만 복직됐다.
재판부는 한국당의 조치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려 할 때는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 합리적 기준에 의해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고 △노동자 대표와도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재판부는 한국당이 해당 요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국당에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경영 악화 또는 재정상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한 사실을 고려하면 인원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당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새롭게 1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6800만원을 들여 혁신위원회 사무실을 새로 임차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2019년 하반기 재정 악화가 예상된다’는 <2017년~2019년 수입 및 지출 예상 현황>을 2017년 6월 작성했을 뿐 이후부터 정리해고를 시행할 때까지 수입과 지출 현황 등 재무 상태는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6월 예측을 토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당원이 늘면서 국고보조금은 늘었고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은 재정에 부담이 됐다.
재판부는 또한 “한국당이 어떤 기준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했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 노조와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재정 상황의 악화 등 경영상 해고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실질적인 협의를 거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 결과는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당의 자유는 법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지, 이를 벗어난 활동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당의 조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한 해고일 뿐, ‘정당 활동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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