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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인사회당 주무대 하바롭스크, 표지 하나 찾기 힘든 ‘독립유적’

등록 2019-02-26 09:23수정 2019-02-26 09:28

국내 사료는 한참 지난 것들뿐
주소·거리이름 찾아도 공터만
사회주의 독립운동 흔적만 간간이
1917~1918년 한인들이 만든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 ‘한인사회당’의 활동지
1917~1918년 한인들이 만든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 ‘한인사회당’의 활동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에 견줘 북쪽으로 750㎞ 더 떨어진 하바롭스크에서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지난 20일 <한겨레>가 사료에 등장하는 주소나 거리 이름을 들고 찾아가 봤더니 표지 하나 없는 빈터를 만나기 일쑤였다. 독립기념관의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에 8곳의 유적지 소개와 사진이 게재돼 있지만, 이마저도 2002년에 찍힌 사진들이라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바롭스크는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 가운데서도 사회주의 진영의 한인사회당이 활발히 움직였던 곳이다. 아무르 철교 근처에 있는 당시 이름 ‘인동’ 지역에 꽤 많은 한인이 모여 살았으며, 도시 한복판에는 ‘김유천’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다. 김유천은 1920년대 적위군 빨치산으로서 시베리아 내전에 참여했던 한인 혁명가다. 하바롭스크 레닌 광장에서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마르크스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걷다 보면 김유천 거리가 나온다.

한인 최초의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김 알렉산드라가 1918년 소비에트 하바롭스크시당 외무의원으로 일했던 건물임을 알리는 동판
한인 최초의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김 알렉산드라가 1918년 소비에트 하바롭스크시당 외무의원으로 일했던 건물임을 알리는 동판
이밖에 조선인 최초의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김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스탄케비치가 소비에트 하바롭스크시당 외무위원으로 일했던 건물이 남아 있다. 러시아 정부에서 보호 건물로 지정해 놓은 덕에 건물 외벽에는 “김 알렉산드라가 이 건물에서 일했고 1918년 영웅적으로 최후를 마쳤다”는 동판이 부착돼 있다. 김 알렉산드라는 한인사회당 동료들과 참여한 1918년 우수리 전투에서 반혁명군(백위파)에게 붙잡혀 아무르강이 보이는 우쪼스 절벽으로 끌려갔고,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약 7.5㎞ 떨어진 ‘죽음의 계곡’에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다.

죽음의 계곡 주변 마르크스 거리를 따라 공항 방면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하바롭스크 시립 공동묘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도 한인들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스탈린 통치 때 반혁명 혐의로 숙청된 이들의 이름이 검은 대리석 판에 새겨져 묘비 입구에 세워져 있다. 이곳을 찬찬히 훑어봐야 세 글자의 한인 이름을 찾아낼 수 있다.

하바롭스크는 1918~1922년 시베리아 내전 당시 적위군과 백위파·간섭군(일본·미국·프랑스·영국)이 수차례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지였다. 특히 1920년 2월부터 9월 사이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이 모두 철수했지만, 일본군은 마지막까지 남아 극동을 ‘접수’하려는 전쟁을 벌였다. 조선 침략과 극동 진출은 모두 일본 제국주의 야욕의 산물이다. 그런 일본에 맞서 총칼을 들었던 한인들을 기릴 비석 하나, 묘지 한곳이라도 이곳에 마련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바롭스크/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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