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정신장애인 안전망 부족한데…현장 등지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

등록 2019-02-26 11:11수정 2019-02-26 21:00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들 저임금·고용불안에 이직 잦아
인력·예산 탓 ‘2인1조’ 방문 지켜지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
정신장애인들 “상담사 잦은 교체에 센터 이용 외면하게 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서울특별시 은평병원 ‘24시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 지난달 24일 오후 한 입원환자가 의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서울특별시 은평병원 ‘24시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 지난달 24일 오후 한 입원환자가 의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0년째 인권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아무개(53)씨는 환청과 망상 등을 앓아온 정신 장애인이다. 젊은 시절 ‘마음의 병’ 때문에 취업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냈던 그가 증상이 호전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건 2006년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으면서부터다. 김씨는 “센터에서 증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접하면서 증상이 빠르게 좋아졌고,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장보기나 집안 청소 등 정신 장애인에겐 어려운 ‘일상’을 해나갈 수 있게 됐다”며 “보다 많은 정신 장애인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 서비스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정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좀 더 확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안전망을 떠받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부터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종사자들의 이직이 잦은 탓에 정신 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을 계기로 설립돼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243곳이 운영 중이다. 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중증정신질환, 알코올 중독,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사례 관리부터 자살예방사업까지 지역사회 전반의 정신보건업무를 수행한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광역센터 2곳(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과 25개 자치구의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 모두 27곳이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직영·민간위탁형태로 운영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을 ‘저임금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서 기인한다. 김성우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정책부장은 “민간위탁인 경우 지역 보건소가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위탁을 주면, 병원은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의사를 ‘센터장’으로 고용해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센터장 개인 간 근로계약을 맺는 구조”라며 “정신건강전문요원은 보건소 소속도 아니고, 병원 소속도 아니라서 문제가 생기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위탁 뿐만 아니라 보건소 직영운영 센터에도 문제가 있다. 2017년 민간위탁에서 보건소 직영운영으로 전환한 8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임금 하락과 장시간 노동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_________
정신건강전문요원 전원 떠난 은평구

이런 상황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은 중증정신질환자들을 방문 상담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위협받는 사건을 드물지 않게 겪고 있다. 자살 시도 연락을 받고 응급 출동했다가 대상자가 집안에 있던 칼로 상담자를 위협한 일도 있었고, 전체 인력의 80%를 차지하는 여성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경우 성희롱·성추행을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2인1조’로 방문상담 하는 것이 권고되지만, 현장에선 예산과 인력 문제로 이런 권고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나 교육 역시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자연스레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인력 이탈로 이어진다.

지난해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발표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처우’ 자료를 보면, 2018년 11월 기준 서울시 25개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가운데 12곳이 민간위탁, 13곳이 보건소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서울시 예산으로 급여를 받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정원은 모두 312명으로 2016년 31%(97명), 2017년 32%(100명), 2018년 18%(57명)가 근무하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떠났다. 은평구의 경우 2017년 정원 13명을 뛰어넘는 15명이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 전원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정신 장애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사례 관리를 담당하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자주 바뀌면서 상담자에게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라포’(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 형성이 어려워 정신 장애인들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외면하게 되는 일이 많다”며 “정신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