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1절 100주년을 맞아 형사범 등 4378명이 특별사면된다. ‘한-일 위안부합의’ 반대집회 참가자 등 보수정부 시절 정부정책 등에 반대하다 처벌된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도 사면·복권된다.
법무부는 26일 오전 11시4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합동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절 특별사면 대상자 4378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3·1절 특사 대상자를 확정해 의결했다. 이번 특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사면이다.
이번 사면에는 7개 집회에 참가했다 처벌받은 107명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지난달 전국의 일선 검찰청으로부터 △사드 관련 집회(30명)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5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19명)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22명) △세월호 관련 집회(11명) △광우병 촛불 집회(13명) △쌍용차 점거파업 집회(7명) 등 7개 집회에 참가했던 처벌받은 이들의 명단을 넘겨받아 검토했었다.
법무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7개 사회적 갈등 사건을 선정해 사면 대상자를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사회 통합’ 차원에서 사드 배치 반대 쪽은 물론 찬성 쪽도 사면·복권에 포함됐다. 쌍용차 점거파업 사건 역시 노동자는 물론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된 경찰도 사면·복권했다. 다만 집회 참가자들 중 폭력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반 형사범 사면 대상의 대다수는 절도·사기·교통법규 위반 등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민생사범이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수산업법위반 등 생계형 행정법규를 위반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선고를 받은 경우가 3224명,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력범죄를 제외한 일반 형사범이 1018명이다.
이날 사면 대상에는 중증 질병으로 형 집행이 중지되거나 정상적인 수형생활이 곤란한 환자 10명, 70살 이상 고령자 중 재범 위험성이 낮은 모범 수형자 4명, 양육이 곤란한 어린 자녀를 둔 여성 수형자 가운데 수형 태도가 양호한 4명 등 특별배려 수형자 25명이 포함됐다.
하지만 ‘윤창호법’ 제정 등으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진 음주운전자나 무면허 운전자 등은 사면 대상자에서 배제됐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들도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애초에 관심을 모았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은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노동계 인사들은 지난 20~21일 열린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에서 안건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첫 사면에서도 정봉주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정치인들을 사면 대상에서 배제한 바 있다.
법무부는 “부패범죄를 저지른 정치인·경제인·공직자나 각종 강력범죄자는 대상에서 배제했다”면서 “가급적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일반 형사범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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