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156억 비자금 “회사 위해 썼다” 주장
법원, “허위 재무제표 작성 자체가 위법” 판단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4년간 조성한 156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한라그룹의 최병수 전 대표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일 대법원 주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거액의 부외자금(장부 없이 이뤄진 금융거래로 조성된 자금) 조성을 위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구 외부감사법 위반)로 기소된 한라그룹 최병수(64)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사실을 유죄라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주식회사 한라에도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2013∼2016년 대표이사로 재직한 최 전 대표는 정무현(69) 전 대표와 함께 매출원가로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매출원가로 지출한 것처럼 회계처리를 한 혐의를 받았다. 당기순이익 계산 시 일부 요소로 포함되는 매출원가를 조작해 회계장부를 왜곡한 것이다. 두 전 대표는 허위 재무제표 작성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조성된 부외자금은 모두 한라의 영업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156억은 회사를 위해 쓴 돈이니 “결과적으로 재무제표상 (왜곡된) 당기순이익과 실제 당기순이익이 동일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한라가 수백억 내지 수천억 원 적자에 시달리던 시기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비밀 자금을 조성해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도 구 외부감사법상 “회사 대표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이를 처벌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설사 공시된 당기순이익과 실제 당기순이익이 같아도 법을 위반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빙자료들을 보아도 비자금 전액이 한라를 위한 비용으로 지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거액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 직원들까지 동원해 자금세탁, 회계서류 조작, 장부파기 등 온갖 탈법적 수단을 동원해 죄질이 불량하므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대법원도 이러한 점들을 인정해 마찬가지로 한라 쪽 상고를 기각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