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인 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고종 장례행렬 재현 및 만세 행진이 열려 유관순 열사의 모교 후배인 이화여고 학생들이 대형 태극기 행렬과 함께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100년 전 그날의 함성을 기리는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낮 12시께부터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선 7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 여성·노동계 및 국외단체 등의 주최로 ‘3·1운동 100주년 범국민대회’ 행사가 열렸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건 오색 종이꽃이 달린 고깔모자를 쓴 풍물패의 ‘만북울림’ 행사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70여개 풍물단과 동아리모임이 종로에서 세종대로로 행진하며 흥겨운 연주를 펼쳤다. 시민들도 이 행렬을 따라 3·1운동 100돌의 기쁨을 함께했다. 광화문광장에선 어린이들을 위한 태극기 그리기 행사와 1919년 3월1일 만세운동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거리 공연 등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보였지만 낮 최고기온 13도의 포근한 날씨에 3·1운동 100돌을 기념하러 나온 시민들로 세종대로 일대가 종일 북적였다.
광화문광장 무대에서 난타 공연을 한 고양예고 한국무용과 2학년 김다연(17)·심민경(17)·박시연(17)양은 “한달 전부터 오늘 공연을 준비해왔는데,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에 초대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떠 다들 힘든 줄 모르고 연습을 했던 것 같다”며 “평소 역사 과목을 어렵게 느꼈는데, 오늘 행사 참가로 보다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에 관심이 생겨, 태극기를 들고 행사를 구경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려고 일주일 전 한국에 왔다는 멕시코인 마리아나 차베스(19)는 “한국의 독립을 이끈 3·1운동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 오늘 행사 중 풍물패의 행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빨강, 파랑, 노란색이 함께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의상이 매우 예뻤다”고 감탄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자녀들의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이 많았다. 새 학기부터 초3, 중1로 올라가는 두 자녀와 함께 행사에 온 김정태(45)씨는 “오전에 아이들과 3·1운동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직접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보는 것이 역사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나왔다”며 “아이들과 함께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100년 전의 역사적 과오를 부정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우리 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과 일조협회,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정부는 식민지배를 사죄하고 재일동포 탄압을 중단하라. 군국주의 부활 시도 및 우경화 행보를 중단하고, 평화의 시대에 발맞춰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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