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애국당 등이 중심이 된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서명 국민운동본부’는 1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역광장에서 ‘3.1절 기념 및 110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보수단체들도 서울역과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3.1절 집회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던 보수단체들은 올해는 둘로 쪼개져 서로를 향해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애국당 등이 중심이 된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서명 국민운동본부’는 1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역광장에서 ‘3.1절 기념 및 110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또 전광훈 목사가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같은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 3.1절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는 1만여 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거나 ‘문재인 퇴진’ 머리띠를 묶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첫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윤창중씨는 이날 무대에 올라 전날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언급하며 “트럼프가 마침내 김정은과 문재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았다”라고 말했다. 윤씨는 “이것은 한반도를 지켜주는 역사의 신이 대한민국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중대한 메시지”라며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핵개발 구상을 이제부터 실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좌파 정권 몰아내고 대한민국에 새로운 태극기가 펄럭이며 우리 모두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그날이 꼭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아무개(68)씨는 “헌법재판소와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최아무개(83)씨는 “일반 시민들이 모여서 태극기를 흔드니까 3.1운동과 연관이 없는 집회가 아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뜻이 있어서 나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석방 서명도 하고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라고 밝혔다.
보수 집회가 쪼개져 열린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3월1일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태극기행동본부 회원 등이 ‘3.1절 연합집회 실행위원회’를 꾸려 서울 광화문에서 구국기도회 등을 열었고, 대한애국당 등은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한 뒤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합류하는 등 공동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김세의 전 <문화방송>(MBC) 기자는 무대에 올라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에게 태극기 집회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전광훈 목사가 지금 구세군(광화문) 쪽에서 별도 집회를 하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 할 짓이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집회에 참가한 장아무개(64)씨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은 언론의 거짓과 왜곡 때문이다. 하지만 저쪽(대국본)은 탄핵 문제는 묻고 가자는 식이다. 그건 잘못된 주장이라 이곳으로 왔다”라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광장 쪽으로 행진했다.
한편 대국본과 한기총이 개최한 범국민대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별도의 집회를 개최했다.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무대에 올라온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은 1948년 8월15일 이승만 장로가 건국한 나라”라며 “문재인은 정권을 잡은 뒤 1948년 8월15일 이승만 건국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려고 3.1절을 써먹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이 1948년이 아니라 1919년 3.1절부터라고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광화문(광장) 행사는 3.1절 행사가 아니라 범죄행위다”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이날 무대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1948년 8월15일을 부정하고 3.1운동 100주년 기념을 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운동을 촛불정신이라고 했는데 정신이 나갔다”며 “3.1운동을 태극기 정신이 아니라 촛불정신이라고 하는 문재인은 물러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3.1운동이 태극기 정신이 아니라 촛불정신이라고 하는 주사파들이 대한민국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며 “청와대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장악하고 경제는 다 망치려고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민제 정환봉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