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고은 시인이 1심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고은(86) 시인이 지난달 28일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3월 “1994년 봄 고 시인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한 일간지를 통해 주장했다. 이에 고은 시인은 “허위 제보와 보도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달 15일 고 시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최 시인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지만, 고 시인이 제시한 증거는 최 시인의 진술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시인의 주장이 허위라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다룬 언론 보도 또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다. 최 시인의 일기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하면서 “언론 보도 또한 원로 문인인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국민 관심 대상이 되므로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