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법관 10명의 재판부 배당이 기소된 지 하루 만에 모두 완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4곳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비슷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관 10명에 대한 사건을 심리한다.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된 재판부 3곳 중 2곳도 포함됐다.
6일 서울중앙지법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해당사건들을 적시에 처리해야 할 중요 사건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협의를 거쳐 연고관계와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는 배제하고,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배당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오전부터 형사합의부 재판장들 회의를 열어 재판부 배당 안건을 논의한 뒤 재판부 배당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개입과 직권남용 등으로 한 법정에 서게 될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의원,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사건은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에 배당됐다. 형사32부는 현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이기도 하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은 통진당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사건은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가 맡는다. 이로써 형사28부는 양승태 전 원장 사건과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 사건 두 건을 심리하게 됐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비선 의료진’의 특허소송 관련 기밀을 누설하고 법원 내부 보고서를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은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사건 등 모두 두 건을 맡게 됐다. 임 전 수석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부지법원장은 서울서부지법 집행관 비리 사건이 발생하자 다른 법원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에 수사 기밀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재판장을 맡은 정계선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인사 불이익 피해자’로 지목된 바 있다.
2016년도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기밀을 행정처에 전달한 조의연·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이를 지시한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사건은 형사21부(재판장 이미선)에 배당됐다. 이들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두 영장전담판사가 수사 정보를 유출했고,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본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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