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재판에 피고인으로 서게 된 현직 판사 6명을 법원이 오는 15일부터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미 정직 중인 판사 2명을 포함해 기소된 현직 판사 8명 전원이 재판에서 배제된 것이다.
대법원은 8일 “대법원장은 (판사) 기소에 따른 일차적 조치로, 기소된 현직 판사 중 정직 상태인 2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 모두에게 3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사법연구를 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임성근·신광렬·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다. 재판 공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법연구’ 장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아닌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으로 지정됐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정직 상태다.
그러나 검찰이 대법원에 비위 통보를 한 66명 가운데 기소를 면한 ‘비위 법관’(58명) 상당수가 여전히 법봉을 휘두르고 있어 대법원이 좀 더 신속하게 징계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은 이날 “비위 사실 통보 법관들에 대한 징계 청구나 재판 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징계 시효(비위 발생 날로부터 3년)가 지난 법관들도 다수인데다 징계 자료 검토만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법농단 가담자’로 지목됐지만 현직을 떠나 징계를 피한 이들은 변호사 등록 절차를 밟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윤성원 전 인천지법원장과 김종복 전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가 낸 변호사 등록 신청에 대해 허가를 잠시 보류하고, 오는 11일 열리는 상임이사회에 회부해 논의하기로 했다. 윤 전 법원장은 옛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가압류 사건 등에 개입한 의혹, 김 전 부장판사는 통진당 행정소송의 대응 논리를 개발한 의혹 등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탄핵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책임의 경중을 고려해 변호사 등록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연루 의혹을 받지만 사법농단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 법원을 그만둔 심경(전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김현보(전 윤리감사관)·박찬익(전 사법정책실 심의관) 전 판사는 2017~18년에 걸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둥지를 틀었다. 한 판사는 “김앤장이 사법농단 진원지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행정처 출신 판사들을 상당수 흡수했다. 결국 유수 법률사무소에 가서 ‘전관 변호사’로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한솔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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