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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용균씨 떠난지 석 달…‘2인 1조 편법 근무’는 잘도 도네

등록 2019-03-12 16:04수정 2019-03-12 16:14

“인력충원 없이 ‘2인 1조’ 지켜 1인당 업무량은 늘어”
정규직화 논의 위한 ‘노·사·전 협의체’ 진척 없어
태안화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곳에서 동료 노동자가 고착탄을 제거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태안화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곳에서 동료 노동자가 고착탄을 제거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석탄이송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씨의 사고가 일어난 지 석 달이 지난 가운데, 발전소 현장에서 ‘2인 1조 근무’ 규정이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4일 김씨가 일했던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2호기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였던 40대 노동자가 ‘2인 1조 근무’를 지켜 목숨을 구한 사건은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달 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발표한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후속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김씨의 죽음과 관련해 가장 많은 논란이 됐던 ‘2인 1조 근무’의 경우 발전 5사가 인력충원 계획을 수립했지만, 현장에 필요한 적정 인원보다 적은 수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신규 입사자가 발전소의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퇴사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고가 났던 태안화력 2호기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최규철 공공운수노조 한전산업개발지부 태안화력지회장은 “인력충원 없이 ‘2인 1조 근무’를 하다 보니 과거 두 사람이 따로따로 점검하던 구역을 함께 도느라 1인당 업무량은 2배로 늘어났다”며 “이 때문에 주간 4회, 야간 5회 점검하던 것을 2회로 줄여 (제때 치우지 못한) 낙탄에 의한 화재 위험은 더 커졌다. 6개월 내 또 무슨 인명 사고가 날지 모르는 만큼 인력충원이 시급하다”고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태안화력 9·10호기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인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장 역시 “현재 태안화력 9·10호기에 필요한 신규인력은 28명(연료운영)이지만, 서부발전은 1차로 12명만 신규채용하고, 나머지 16명은 정규직 전환 이후 추가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하소연했다.

고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화력발전소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세상에 알려진 점도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본사(한국발전기술) 직원들이 말하길, 태안사업소에 배치된다고 하면 지원자들이 취업을 포기한다고 하더라. 또 정규직(직접고용) 전환 가능성에 대해 확답을 얻지 못해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당정이 발표한 후속대책 중 하나인 사고 진상조사는 진상규명위원회의 발족이 늦어져 지연되고 있고, 가장 뜨거운 쟁점인 정규직 전환 문제의 경우 논의 창구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당정은 지난달 발표한 합의안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는 5개 발전사 전환 대상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직접 고용하되,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 통합협의체’를 통해 전환방식과 임금 등을 논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발전 5사는 지난 1월2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 대표 선정 회의를 진행했을 뿐, 당정 합의안이 나온 지난달 5일 이후 노동자 대표단 재구성을 위한 회의일정 등은 공지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박준선 대책위 상황실장(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발전 5사가 당정의 발표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와 정부는 김용균씨 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화력발전소와 관련한 안전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초 6월30일까지 활동 시한을 정했지만, 현재 국무총리 훈령 제정 과정에서 법제처와 대책위 사이에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대상과 정책수립 범위 등에 이견이 있어 발족이 지연되고 있다. 대책위 쪽 추천인사로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권영국 변호사는 “현재 진상규명위원 16명의 추천은 끝났고, 훈령 제정은 다음 주께 법제처와의 조율이 마무리될 것 같다. 위원회 발족이 늦어지더라도 약 4개월간의 조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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