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진압 책임 추궁 불가피
“홍덕표씨, 경찰에 맞아 입원”…33일만에 숨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집회에 참가했다가 부상으로 9일 만에 숨진 전용철(43)씨에 이어 당시 부상을 입은 홍덕표(68·전북 김제시 백산면·?5c<한겨레> 3일치 9면 참조)씨도 33일 만인 18일 숨졌다. 이에 따라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씨는 전날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18일 0시40분께 원광대병원에서 숨졌다. 원광대병원은 “호흡을 조절하는 경추가 손상되면 폐에 서서히 물이 차면서 기능이 정지되게 된다”며 “사인은 경추 손상에 의한 패혈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용철·홍덕표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 박웅두 대변인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조사에서 홍씨 뒷목의 상처는 날이 선 물체로 가격을 당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경찰에 쫓기던 홍씨가 방패로 뒷목을 맞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용철·홍덕표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 대책위’는 이날 △진상 규명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및 허준영 경찰청장 파면 △현장지휘 책임자 및 가해자 처벌 △부상자에 대한 치료 △전용철·홍덕표씨 묘지 성역화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시위 진압을 지휘한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을 구속하고 경찰청장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홍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4시40분께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6번 출입문 근처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병원에서 “경찰의 방패에 얼굴을 찍혔다”고 말했다. 또 주변인들한테는 얼굴과 함께 목도 방패와 곤봉으로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담반을 만들어 전씨와 홍씨 사망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아직 홍씨 관련 수사에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박상용 경찰청 형사과장은 “(전씨와 홍씨가 쓰러진) 문화마당에 집회 당일 진입했던 부대가 10개 중대에 이른다”며 “원래 이런 사안이 쉽게 백일하에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주/박임근,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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