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임세원법’ 정신질환자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

등록 2019-03-20 11:59수정 2019-03-20 12:01

비정신장애인 범죄율, 정신장애인보다 15배 높아
“정신질환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선 안 돼”
한 종합병원의 정신과 병동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 종합병원의 정신과 병동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정신의료기관 퇴원 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등에게 통보하는 이른바 ‘임세원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이후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안’(개정 법률안) 3건이 정신질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는 개정 법률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실효성은 미비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일부 개정 법률안의 입법 취지는 ‘자·타해, 범죄, 치료 중단의 우려가 있는 퇴원 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위해 퇴원 사실 등을 공유하기 위함’에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퇴원 사실을 공유한다고 해서 환자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요원 1명이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력보강 및 기능 강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환자의 퇴원 사실 공유로 이들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에 퇴원환 정신질환자에게 지역사회 연계 관리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퇴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퇴원사실 통보에 동의한 환자 비율은 10%에 이를 정도로 매우 저조하다(2018년, 보건복지부)고 밝혔다. 그런데 정신질환자 대상 실태조사 결과(2018년, 인권위)를 보면, 퇴원 환자의 90%가 지역사회 연계 치료에 대한 욕구가 있음에도 46%는 퇴원 시 지역사회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였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퇴원을 앞둔 다수의 환자들이 퇴원 이후 지역사회 연계 치료에 대한 욕구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퇴원 사실 등 정보를 제공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퇴원 후 환자에게 정신건강복지센터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퇴원 사실 제공을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번 개정 법률안이 ‘자·타해 위험성’ 및 ‘치료 중단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주치의 1명에게 맡기고 있어 환자 개인의 민감정보가 과도하게 유출될 수 있다고도 봤다. 특히 ‘치료 중단 위험’의 경우, 보건복지부령에조차 판단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전문의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퇴원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 등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모든 환자에 대해 특정 강력범죄 전력 조회를 실시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환자의 범죄전력을 조회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해 해당한다는 얘기다.

인권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의료법’,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구체적인 의료행정행위 및 범죄사실의 확인 등 명확한 이유가 있을 때만 민감정보를 수집·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데 반해 개정 법률안은 유독 정신질환자에게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차별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퇴원 예정자 중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해 입원 전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외래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행 외래치료명령제를 통해 퇴원 환자에게 지역사회에서 치료받을 기회와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며 이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 비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1.4%)이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0.1%)보다 15배가량 높으며 강력범죄도 비정신장애인 범죄율(0.3%)이 정신장애인 범죄율(0.05%)에 견줘 6배가량 높다(2016년 대검찰청)며 유엔(UN)총회에서 결의된 엠아이원칙(MI원칙·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에 비춰봤을 때 모든 정신질환자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의료 및 복지서비스 이용 시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