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중대한 불법이 드러나면 당연히 수사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연관성을 예단하지 않으면서도, 연관성이 드러나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뒤 2014~15년에 이 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4조5천억원 규모의 회계사기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지난 14일·15일 이틀간 삼성물산 사무실·한국 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관련 사건 수사에 집중해오다 지난해 12월 압수수색 결과물을 토대로 추가적인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번 압수수색에 과거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미래전략실 근무자들의 사무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검찰은 이에 대해 “(삼성 문제와) 지금 사건(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는 해석의 문제”라면서 “일반적인 원칙이나 기준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지 이 사안을 다른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지는 않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바이오 수사가 다른 ‘중대한 불법’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건처럼 중요사건일수록 통상 형사사건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그 원칙 중 하나는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불법이 드러나면 그 부분 역시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분식회계 수사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의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검찰은 객관적인 물증을 통해 당시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안이라 정확히 당시에 어떤 일이 실제로 있었고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현재의 입장이나 의견이 아니라 당시에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나온 이해관계자들의 설명이나 논리에 갇히지 않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시점의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들을 살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및 관련자 조사를 통해 옛 미전실이 삼성바이오와 긴밀히 소통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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