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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내 최대 창업컨설팅 실소유주, ‘바지사장’세워 탈세”

등록 2019-03-26 05:00수정 2019-03-26 07:17

해당 업체 관계회사 전직 대표 폭로
“세금신고 안한 돈 금고 보관하며 실소유주가 수시로 빼가”
“권리금은 현금 장사…이중장부 작성, 여자친구·가족 명의 통장 사용 지시”
전직 창업컨설팅 업체 대표 ㄴ씨가 서울 모처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ㄴ씨는 자신은 ‘바지사장’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직 창업컨설팅 업체 대표 ㄴ씨가 서울 모처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ㄴ씨는 자신은 ‘바지사장’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어차피 권리금은 현금 장사니까 이중장부를 만들고, 여자친구나 가족 명의 통장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저는 바지사장이었습니다.”

국내 최대 창업컨설팅 업체인 ㅌ사의 관계회사였던 ㄱ사에서 2010년부터 3년가량 대표이사를 지냈던 ㄴ씨는 자신을 ‘바지사장’이었다고 소개했다. <한겨레> 탐사기획 ‘자영업 약탈자들’을 보고 연락해온 ㄴ 전 대표는 김아무개 이사장이 ㅌ사와, ㄱ사의 후신인 ㅈ사, 또 다른 ㅌ사 등 창업컨설팅 업체들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ㄱ사의 모회사에 해당하는 ㅌ사는 기자가 잠입취재했던 창업컨설팅 회사였다. 기자가 근무할 당시에도 매주 회의를 주재하고, 팀장 보고를 받았던 이는 대표가 아닌 김 이사장이었다. 신입사원 교육 역시 김 이사장이 직접 했다. 이사장이라는 직책은 회사에 없었지만 직원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ㄴ 전 대표는 “ㅌ사의 전신인 회사에서 팀장으로 3년 넘게 일했는데 일을 잘하는 편이어서 대표를 시켜주겠다고 했다”며 “영업 쪽만 맡으면 된다고 했고, 회계와 예산, 계약과 관련해서는 모두 김 이사장이 맡아 관여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ㄱ사에서 공식 직함이 없었지만, 매달 900여만원의 현금을 월급처럼 가져갔다.

ㄴ씨가 대표로 있던 ㄱ사는 김 이사장과 그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2013년 7월 폐업했고, ㅈ사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ㄴ 전 대표는 ㄱ사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은 ㅈ사를 설립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서를 김 이사장에게 써줬다고 밝혔다.

그런데 폐업한 지 석달이 지나 ㄱ사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ㄴ씨는 “내가 근무하는 동안 세무서에서 조사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폐업 이후에 조사가 시작돼 이상했다”며 “평소 김 이사장은 세무 관련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비싼 세무사를 고용하고, 바지사장을 세워놓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결과 결국 탈세가 드러났고, 모든 책임을 ㄴ씨가 졌다. 15억원의 현금 매출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물론이고, 출국금지 명령까지 내려졌다. 돈도, 가족도 송두리째 잃었다.

ㄴ 전 대표는 이들 회사에서 탈세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현금 거래가 60%가 넘는 창업컨설팅 업계의 특성상 이중장부를 만들어 관리했다고 밝혔다. 세무서 신고용 장부를 별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30여명의 팀장이 개인사업자였지만, 회계팀에서 통장과 도장을 일괄 관리했다. 신용 등의 문제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는 팀장은 다른 팀 이름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김 이사장이 고용한 회계 담당 직원 역시 경찰과 국세청 조사에서 이런 관리 방식을 모두 인정했다. ㄴ 전 대표는 “수수료가 15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세금 신고를 하지 말라는 이사장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며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가족이나 여자친구 명의의 통장을 이용하라는 매뉴얼까지 알려줬다”고 말했다. 권리금의 특성상 양도인도 세금 신고를 원하지 않는데다 양수인의 경우 권리금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합의가 쉬운 구조다. ㄴ씨는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돈을 금고에 보관하면서 회계 담당 여직원을 통해 김 이사장이 수시로 꺼내갔다”고 폭로했다.

ㄴ 전 대표는 <한겨레> 보도 뒤 이들 업체가 누리집(홈페이지)을 닫고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데 대해 기존 회사를 폐업하고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김 이사장이 만든 창업컨설팅 회사만 지금까지 8개나 된다”며 “세금 등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회사 문을 닫고 새롭게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세금 처리 안 한 자료들을 증거 인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김 이사장은 창업컨설팅계의 큰손이라고 불린다. ㅈ사의 한 컨설턴트는 “김 이사장이 이런 사업 방식 자체를 처음 개발해 회사를 키워온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경쟁사도 여기서 방식을 배워 똑같이 만든 곳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ㅌ사 대표는 “김 이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다. ㅌ사와 ㅈ사는 뿌리가 같은 회사는 맞지만 별도 법인”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지금 국외에 있어서 대답하기 어렵다. 2주 뒤에 직접 만나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배선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여름)는 “주주가 지분에 따른 배당금 이외에 회삿돈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업무상 횡령 소지가 있다. 아무리 합의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법인 돈을 한달에 900만원씩이나 가져갈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를 여럿으로 나누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회사가 커지면 세금 문제 등에서 집중 타깃이 되기 쉽고, 세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회사를 나눌수록 유리하다. 한 회사가 망하더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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