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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비위통보 대상 판사 ‘셀프 변론’ 논란

등록 2019-03-28 18:51수정 2019-03-29 12:36

‘국정원 댓글 사건’ 고의 지연 의혹 김시철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에게 “비위통보 부당” 메일
비위통보 당사자의 ‘셀프변론’ 부적절 지적 나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 법원 문양 위로 빛이 쏟아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 법원 문양 위로 빛이 쏟아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을 맡아 재판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검찰의 비위사실 통보가 ‘명백한 위법’이라 주장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판사’의 지위를 이용해 동료 법관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셀프변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7일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검찰의 2019.3.5 통고행위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적 검토’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검찰은 지난 5일 전·현직 법관 10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사실 자료와 현직 법관 10명에 대한 참고자료를 대법원에 전달한 바 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통보한 내용과 법원행정처 보유 자료, 징계시효 도과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해 추가징계 청구 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메일에서 검찰이 수사를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위사실을 통보한 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메일에서 “검찰이 76명 법관 전원을 피의자로 입건했는지 불분명하고, 나아가 검찰은 다른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수사기관에서 아직 사실관계 등에 대한 종국적 판단을 할 단계에 이르지 못한, 내부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사실 관계를 외부기관인 대법원에 통고하는 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대법원에 넘긴 수사자료도 문제 삼았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생상한 수사 자료는 수십만 쪽에 이르는데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 관련 사수 자료’에 첨부된 것은 700여 쪽에 불과하다”며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자료만 선별하여 대법원에 통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의 이메일이 ‘법률적 검토’의 외양을 했지만 사실상 ‘셀프변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농단’에 연루돼 비위통보자 66명에 포함된 법관 중 한 명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댓글공작 사건 파기환송심의 재판장이었던 김 부장판사는 1년7개월간 재판을 진행하고도 선고를 하지 않아 ‘고의 지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수사로 주심판사를 ‘패싱’하고 무죄 취지 판결문 초안을 미리 작성해놓은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이메일에서는 자신이 비위통보 당사자인 사실이 누락됐다.

김 부장판사의 ‘셀프변론’이 법관의 ‘지위’를 악용한 것이란 비판도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메일에서 “이 문제는 현직 법관들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제가 소속된 서울고등법원 판사님들께 일단 제 나름대로 법리적 검토내용을 말씀드린다”며 “다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썼다. 김 부장판사가 비위통보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한 서울고등법원 판사들은 사법농단 재판의 2심 재판을 맡게 된다. ‘사법농단’ 연루자인 김 부장판사가 동료법관들에게 ‘부당한 예단’을 심어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수사의뢰로 시작한 사법농단 수사이고, 대법원에서도 수사가 일단락 되는대로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정보를 받고 싶어했다”면서 “이런 식이면 대법원이 공개했던 410개의 문건도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전에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법원 내부게시판 등을 이용해 ‘셀프변론’에 나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 시민이나 다른 분야의 공직자라면 자신과 연관된 재판을 맡을 판사들에게 ‘법률검토’를 명목으로 이런 메일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판사로서도 부적절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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