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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19 한겨레] 조소앙 “존내심 때문에 아무 것도 못 하겠소“

등록 2019-04-03 07:34수정 2019-04-03 07:48

가정부 소식 l 임시정부 각론, 상해서 격돌
국내파냐 국외파냐 당이냐 정부냐 논의중
이광수 “민족대표 33명 의사 듣는 게 당연”
조소앙 ‘국내파 우선=존내심’ 표현 일동 폭소
임정 수립 당시 민족대표 의견 중요하다고 주장한 이광수와 국외파 대변한 조소앙(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임정 수립 당시 민족대표 의견 중요하다고 주장한 이광수와 국외파 대변한 조소앙(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1919년 4월2일 상해/엄지원 기자】

재물이나 인물이나 모으기는 어려워도 흩어놓기는 쉬운 법. 십수년 동안 나라 밖에서 각자의 운동을 해온 이들이 만세운동을 기회로 하여 상해로 모여들기는 하였으나, 막상 모이고 보니 주장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모양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모여든 독립운동가들이 정부조직을 구성하려 의논 중이지만 첫 회합부터 주장이 엇갈려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새 정부 구성을 놓고 최우선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33인’ 민족대표들의 의사 문제다. 상해 불란서 조계지 보창로에 독립임시사무소를 꾸리고 조선 독립을 외신에 홍보하는 동시에 각지의 망명객들을 맞아온 이광수(27)·현순(39)씨 등은 줄기차게 33인을 비롯한 국내파의 견해를 강조하여왔다. “독립선언을 하였으니 정부를 조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의 의사를 듣지 아니하고 우리가 여기서 정부를 조직한다면 미국 동포들도, 하와이 동포들도 아령(러시아)에서도 서·북간도에서도 저마다 정부를 조직하게 될지도 모르니 독립운동이 분열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국내 예수교 민족대표들이 파송한 현순씨도 “국내에서 무슨 명령이 오기 전까지는 안건을 토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33인은 모두 독립선언 직후 일경에 붙들려가 옥고를 치르는 마당이라, 그들의 의사를 대리할 만한 국내 천도교계 인사들의 의견이라도 확인하려 이씨는 본국에 사람을 보내놓은 터이다.

임정 수립을 위한 8인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시영·이동녕 선생(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임정 수립을 위한 8인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시영·이동녕 선생(왼쪽부터). 한겨레 자료사진.
‘국외파’들은 “왜 밤낮 33인만 거드느냐” “나라의 법통이 하필 33인에게 있느냐” “상해에 있던 패들이 정부조직에 대하여 무슨 모략이나 가진 것이 아니냐”는 등의 분개한 의견을 쏟아냈다고 한다.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쳐온 여운홍(28·여운형의 동생)씨는 이런 갈등에 대해 “주도권 장악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독립운동을 지도·전개한 33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내파의 주장이라면 ‘한일합병 이후 국외로 망명하여 생명을 내걸고 싸워온 것이 국외 독립운동가들’이란 것이 국외파의 주장이다. 논쟁이 길어지자 평소 큰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은(32·필명 조소앙)씨가 일어나 “여러분! 여러분의 존내심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습니다” 하고 소리마저 질렀다는 것이다. 존내심이란 ‘국내파를 높이는 마음’을 뜻하는데 이는 조씨가 창작해낸 해괴한 말이어서 만장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갈등은 국내파냐 국외파냐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주요 지도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승만(44)씨가 미국의 윌슨 대통령에게 위임통치를 청원한 일이나, ‘정당이냐 정부냐’ 등 조직체의 성격을 정하는 일 등도 모두 논쟁의 불씨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여 좌중은 언제까지고 논쟁만 할 수는 없으므로 신구를 대표하는 8인의 연구위원으로 8인위원회를 꾸려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맏형 격인 연해주의 이동녕(50)씨를 비롯하여 만주세력의 이시영(50)씨, 조용은씨, 이광수·현순씨 등이 위원을 맡았다.

△참고문헌

여운홍, <몽양 여운형>(청하각·1967)

이광수, <나의 고백>(춘추사·1948)

김희곤, <대한민국임시정부 1. 상해시기>(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연구소·2008)

윤대원, <상해시기 대한민국임시정부 연구>(서울대학교 출판부·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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