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징계’ 한국선 ‘관행’ 현직변호사 유학중 자성글
“양 당사자가 변론을 마친 뒤 몇 주가 지나 원고 쪽 변호사가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변론을 재개하자’고 의견을 물었다. 판사는 변론을 재개해 추가로 증인신문을 했다. 원고 쪽 변호사의 행동은 변호사협회의 징계 대상인가?”
미국변호사시험위원회가 출제한 법조윤리시험 예상문제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맞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답이 ‘아니다’로 달라진다.
미국 유학 중인 현직 변호사가 한국의 사법문화를 반성하는 글을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화제다. 법무법인 지평 소속인 김지홍 변호사(33·사법연수원 27기)는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 법조윤리시험문제를 통한 미국과 한국의 사법문화에 대한 감상’이라는 글에서 “미국의 변호사윤리규정은 변호사가 ‘상대방의 동의·출석 없이 혼자 판사를 만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의 잘못된 관행과 윤리의식을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이 이런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재판의 정당성이 ‘결과의 타당성’에 있기 보다 ‘절차적 공정성’에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도 ‘법관의 변호사 및 검사면담 등에 관한 지침’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이 지침은 1993년 만들어진 것으로 ‘몇가지 예외를 빼고 법관은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변호사 또는 검사와 면담하거나 접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이런 잘못된 관행은 많은 고객들이 변호사가 법관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기를 요구하는 탓도 있지만, 변호사들 스스로 자신을 선전하기 위해 법관과 일방적으로 접촉할 필요성을 과장한 탓도 있다”며, “결국 이는 사법제도의 권위와 신뢰를 해쳐 상소율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반성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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