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영 사회부 기자
현장에서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집회에 참여했던 농민 전용철(43)씨가 9일 만에 숨졌다. 이어 18일에는 중태에 빠져 있던 홍덕표(68)씨마저 숨을 거뒀다.
이를 두고 검찰,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국무총리실까지 나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종 결과는 안 나왔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증언, 정황 등으로 볼 때 두 농민의 사망은 시위 진압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한 듯하다.
전씨 사망 직후 “전씨가 집 앞에서 넘어졌다”는 억지를 부리던 경찰은 이달 초에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필두로 하는 59명의 수사전담반을 꾸렸다. 그러나 전씨가 집회에 참여하거나 쓰러져 있는 장면 6개를 채증 사진과 비디오테이프에서 골라낸 게 사실상 조사 내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목격자들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현장에 있던 진압 대원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의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진척이 없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과 싸우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의 명분으로 삼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검사나 검찰 직원의 잘못을 덮어 버리는 검찰의 관행이라고 한다. 경찰이 그런 첩보나 단서를 입수해도 검찰이 지휘권을 휘둘러 수사에 훼방을 놓는다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집회에 참가했던 농민 두 명이 쓰러져 신음하다 숨졌다. 그것도 경찰에 시위 중 경찰에 맞아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8일 숨진 홍씨는 고희를 눈앞에 둔 노인이다.
진압 경찰들에게 용의점이 두어지는 상황에서, 59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하고도 단서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찰이 과연 수사권을 달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이본영/사회부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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