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는 교사 75명과 입학사정관 30명이 12개의 원탁에 나뉘어 마주 앉았다. 이날 행사는 교육부 등이 주최한 행사로 경기도 지역 고등학교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만나 ‘학교 수업·기록·평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교육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4~5월 동안 전국 6개 권역에서 6차례 원탁토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부 제공
“미사여구 안 쓰셔도 됩니다.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데, 아이가 어떻게 행동했다’ 같은 행동 사례를 꼭 써주세요.”(한 입학사정관)
“교사들 입장에선 학교생활기록부가 아니라 ‘사기부’예요. ‘점을 찍어라’ ‘한 칸 띄면 안 된다’ 등 지침이 너무 많아 교사들은 괴롭습니다. 대회를 많이 하라고 해놓고 대회라고 적지 말래요. 불합리합니다.”(한 교사)
4일 경기도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는 교사 75명과 입학사정관 30명이 12개의 원탁에 나뉘어 마주 앉았다. 이날 행사는 교육부 등이 주최한 행사로 경기도 지역 고등학교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만나 ‘학교 수업·기록·평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교육부는 앞으로 전국 6개 권역에서 6차례 원탁토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통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바뀐 학생부에서는 학부모 정보와 진로 희망사항을 삭제했다. 대신 학생이 어떤 진로를 원하는지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에 적는다. 각종 대회 수상 경력도 학기당 1개로 제한했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증이 크다. 토론회는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만들어진 자리다.
이날 솔직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교사들은 주로 기록과 평가의 어려움, 지침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한편 명문대 입학 실적 위주로 교사들을 평가하는 문제 등을 언급했다.
“있는 그대로 적으려고 합니다. 한 학생 학생부에 ‘평소에는 소심하나 어른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말함’이라고 썼어요. 그런데 학부모가 ‘소심하다’는 표현이 부정적이라고 항의하는 거예요. 이런 애로가 있습니다.”
“활동에 적극적인 상위권 학생들에 비해 중위권 학생들이 참여를 잘 안 해요. 그럴 때 뭐라고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중위권 학생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서울대, 카이스트에 몇 명을 보냈느냐로 진학 실적을 평가하죠. 밤낮 가리지 않고 학생 관찰하고 기록한 선생님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거죠?”
교사들이 고충을 말하자 입학사정관들은 수업 방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학생의 ‘성장’ 중심으로 특성을 살려 학생부를 작성해달라고 강조했다. 한 입학사정관은 “중위권 학생들의 학생부가 세부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며 “학생부는 중위권 학생들에게 강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못했을 때 아쉽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들은 특히 학생부 외에도 면접, 자기소개서 등을 활용하니, 진학을 위한 기록이 아닌 ‘교육과정과 학생 중심의 수업 관찰’로서 학생부를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때로 입학사정관과 교사의 입장이 돌고 돌았지만,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로서 의미는 컸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생부 기록 지침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 “법정 사항은 지켜야 하지만, 나머지는 권장 사항”이라며 “앞으로 (지침을) 더 줄이겠다. 학생부의 신뢰가 담보되면 그러한 지침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