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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경찰 미성년자 조사 시 보호자 연락 반드시 취해야”

등록 2019-04-09 12:00수정 2019-04-09 21:14

경찰 조사받은 뒤 지난해 3월 투신 사망한 18살 ㄴ군
아버지 “경찰 조사에 부모 동석 안 했다” 진정 제기
경찰 “ㄴ군이 여자친구를 엄마로 속여 통화했다”
경찰이 미성년자를 조사할 때 경찰 조사 사실과 사건 처리 과정을 보호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투신 사망한 아들이 사망 전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이 보호자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아버지 ㄱ씨가 낸 진정에 대해 조사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9일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지난해 1월 ㄱ씨의 아들 ㄴ군은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동네 인근 편의점에서 담배 4갑을 친구와 훔친 혐의로 같은해 3월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ㄴ군의 부모에게 경찰 조사 동석 의사를 묻는 등 ㄴ군의 경찰 조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또한 조사를 마치고 같은 달 16일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도 ㄴ군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같은달 30일 ㄴ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ㄱ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아들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아들의 친구로부터 ‘ㄴ군이 한 번의 실수로 부모에게 미안해하고 선생님들에게도 죄송해서 시간이 갈수록 괴로워했고,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ㄱ씨는 경찰이 미성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동석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해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인권위 조사에서 “경찰서에 혼자 출석한 ㄴ군에게 조사를 받기 전에 부모에게 연락해야 함을 알렸고, ㄴ군은 ‘엄마’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해 경찰에게 건네줘 경찰이 통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은 “통화 상대방이 ㄱ군의 어머니인지 물어 확인하고, 출석하기 어렵다고 답해 ㄴ군이 혼자 경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당시 통화 상대방이 ㄴ군의 어머니가 아니라 여자친구라는 사실은 ㄴ군 사망 후 ㄴ군의 친구가 알려줘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ㄴ군과 여자친구가 경찰을 속였기 때문에 부모에게 연락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경찰이 고의로 ㄴ군의 보호자를 경찰 조사에서 배제하려던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경찰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충분히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ㄱ씨의 진정을 계기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해 4월 수사 경찰을 대상으로 경찰서장 주재 인권간담회 등을 실시했으며 담당 경찰관들을 직권 경고하고 견책하는 등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의 사건 처리가 소년사건 처리 과정에서 요구되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관할 경찰서에서 담당 경찰관을 징계하고 대책을 마련했으므로 별도의 구제 조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을 기각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미성년자를 조사하게 된 경찰이 연락된 상대방이 실제 부모가 맞는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하고, ㄴ군의 아버지, 학교 교사 등 피해자의 방어권 행사를 도와줄 사람을 찾는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봤다. 또한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게 된 사실도 ㄴ군 본인에게만 고지해 결과적으로 부모 등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에게 자신의 비행 행위가 알려져 부모를 실망시키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보호자에 대한 연락을 꺼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므로 미성년 피의자가 보호자의 연락처를 말하지 않거나 속여서 제출하는 등 보호자 연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경찰이 공유하고, 이러한 사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미성년자에 대한 출석요구나 조사 시 보호자 등 연락과 관련해 경찰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미성년자인 피의자 본인을 포함해 보호자 등에게도 사건처리 진행 상황을 통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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