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절 조선공산당 당원 3만명의 감옥살이 기간을 합하면 6만년이라고 한다. 국망 뒤 35년 동안 나라 밖을 헤매면서도 독립운동가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해방된 조국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국가보훈처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올해 안에 좌익계열 인사 298명을 포함한 서훈 보류자 2만4737명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히자 이마저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수정당이 재심사 대상일 뿐인 ‘서훈 보류자’ 명단을 놓고 벼르는 탓에 보훈처는 자칫 심사에 영향을 끼칠세라 그 명단조차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재심사에서는 ‘감옥살이 3개월’ 기준이나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 배제’ 등의 방침이 사라져 큰 폭의 독립유공자 인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기준은 남은 만큼 장재성 등에 대한 재평가는 가능하나 김원봉이나 김두봉, 이용 같은 인물은 여전히 논외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 행적으로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학계와 독립운동 유관단체들은 어떤 지침보다 이 역사적 기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비서였다는 이유로 독립운동에 큰 기여가 없는 인물이 1등급을 받고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을 지낸 이동녕 선생은 2등급에 머물고 있다. 이념 성향을 떠나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 뒤죽박죽인 서훈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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