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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건국대, 펫두유 개발자 박희명 교수 ‘논문 표절’ 확인

등록 2019-04-12 05:00수정 2019-04-12 13:05

제자·후배인 국립대 교수 4명의
건국대 시절 논문 표절도 주도
교수 지원자 연구 부정에도 관여
제자 논문을 자기 연구년 성과로 제출

대학 쪽, 징계위 열어 징계 방침
박 교수 “표절 주장은 사실 아냐
제자 논문은 내가 지도해 쓴 것”
박희명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박희명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국립대학교 수의학과 현직 교수 4명이 건국대에서 공부하거나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른 사람의 논문을 표절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사실이 건국대 내부 조사에서 뒤늦게 적발됐다. 건국대는 특히 펫두유 개발자로 유명한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가 이 논문 표절과 자신의 논문 표절 등 연구 부정 세 건에 개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1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건국대 산학협력단 내 연구윤리위원회(연구윤리위)는 최근 강원대와 충북대, 전남대와 전북대 수의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현직 교수 4명의 건국대 시절 작성 논문이 표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4명 가운데 2명은 건국대 대학원 재학 시절 논문을 베꼈고, 2명은 연구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논문를 표절했다. 조사를 진행한 건국대 관계자는 “4명 모두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제1저자’로 올리는 방식 등으로 표절한 것으로 연구윤리위 심의에서 결론났다”고 말했다. 특히 네 건의 논문 모두 박 교수가 교신(책임)저자로 등재되어 있어 건국대는 박 교수가 이들의 논문 표절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국대 수의학과의 한 교수는 “4명의 교수는 모두 박 교수의 대학원 제자이거나 혹은 대학 후배로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를 둘러싼 연구 부정 의혹은 이것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있었던 건국대 수의과대학 신임 교수 채용 과정에서도 박 교수가 다른 졸업생이 쓴 논문에 자신의 제자를 ‘제1저자’로 등재해준 사실이 연구윤리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박 교수의 제자인 박사 강아무개씨가 신임 교수 채용 과정에서 연구 실적으로 제출한 국제학술지 ‘파키스탄 수의학 저널’(PVJ) 논문이 박 교수의 또 다른 제자 허아무개씨의 2007년도 석사 학위 논문과 동일하다는 게 연구윤리위의 결론이다. 문제의 논문을 보면, 교신저자는 박 교수이고 논문의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제1저자’에 강씨의 이름이 올라와 있으며, ‘2저자(공동저자)’에 허씨 이름이 등재되어 있다.

특히 논문 ‘저자 기여도’에는 강씨와 허씨가 연구를 같이 설계하고 실행을 감독했다고 적혀 있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강씨와 허씨는 학교에서 공부한 시기가 겹치지 않는다. 허씨는 2007년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학교를 떠났고, 강씨는 2008년 9월 이 대학에 입학했다. 조사를 진행한 건국대 관계자는 “허씨의 주요 연구 결과가 숫자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학술지에 나갔다”며 “강씨는 자기가 실험하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한 수의학과 교수는 “교수 임용 단계에서 1저자와 2저자는 실적 점수가 크게 다르다”며 “국제 학술지 등재 논문에 단어나 어휘 등을 교정해주고 2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있지만, 1저자로 올리는 건 엄연한 표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윤리위 조사 과정에서 박 교수의 논문 표절도 추가로 확인됐다. 박 교수가 2014년 2월부터 1년 동안 미국 유시 데이비스(UC Davis) 대학에 방문교수로 재직할 때 연구년 결과물로 제출한 논문이 표절로 드러난 것이다. 박 교수가 제출한 논문은 역시 제자인 임아무개씨의 2011년 박사 학위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건국대 관계자는 “연구년 이전에 이미 연구가 끝난 제자의 학위 논문을 연구년 결과물로 제출한 것이다. 이때 부정 수령한 연구비는 1천여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논문을 도용당한 임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 논문이 박 교수의 연구년 결과물로 쓰일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연구윤리위는 이와 같은 세 가지 연구 부정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주 박 교수에게 서면 소명을 요청했다. 박 교수의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건국대는 교원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 교수에 대한 최종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연구윤리위 소명을 통보받은 적 없다. 4명의 국립대 교수 논문 표절은 사실이 아니고, 누군가의 음해”라며 “강씨의 논문은 허씨에게 허락받고 1저자로 등재한 것이다. 연구년 제자 논문 제출은 사실이지만, 관련 규정이 없다. 내가 지도해서 쓴 논문이고, 다른 교수도 다 그렇게 한다”고 해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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