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의 ‘불법사찰·정치관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현직 치안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15일 박아무개 치안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검찰은 박 치안감이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된 ‘정치관여·불법사찰’ 의혹 문건을 생산하는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치안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정보2과장과 정보심의관 등 ‘정보경찰’의 핵심 보직을 지낸 후,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된 2016년 11월부터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치안비서관을 지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에 걸친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을 통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사찰·정치관여’ 정황이 담긴 문건을 다수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들에는 정보경찰이 ‘세월호 특조위’가 ‘좌편향’됐다며 보수단체를 동원해 활동을 방해하는 방안을 제안한 내용, ‘진보교육감’ 제압을 목적으로 ‘부교육감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내용, 김무성 의원 등 ‘비박계’ 유력 정치인들의 동향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정보경찰이 2016년 4월 총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 상대 야당후보 관련 풍문 등을 수집하고 ‘진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판세를 분석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보경찰’ 수사는 지난해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가 발단이 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다스수사팀은 청계재단 소유의 서울 서초 영포빌딩 지하 2층 비밀창고에서 ‘정보 경찰’이 작성한 ‘불법사찰·정치관여’ 의혹 문건을 다수 발견했다. 해당 문건을 넘겨받은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별도 수사발표 없이 2011∼2012년 경찰청 정보2과장을 지낸 정창배 치안감과 이훈 경무관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2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 정황을 파악하고 전·현직 경찰 간부 여러 명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정보문건 생산에 관여한 전·현직 경찰 간부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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