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가 홍지호 전 에스케이(SK)케미칼 대표이사 등 전직 임원 3명에 대해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홍 전 대표는 자사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가 출시·유통되던 2002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를 지냈다. 에스케이케미칼의 전·현직 임직원에게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에스케이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의 개발과 유통 당시 제품의 유해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파악했다. 특히 검찰은 1994년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이 작성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인 시엠아이티(CMIT)의 ‘유해성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무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유해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일 검찰은 박철 에스케이케미칼 부사장을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박 부사장이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유해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봤다.
에스케이케미칼은 2002년 시엠아이티와 엠아이티(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애경산업을 통해 판매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2016년 2월과 3월 이들 기업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시엠아이티·엠아티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됐다. 하지만 두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의 역학조사 결과가 축적되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내면서 지난 1월 검찰 수사가 재개됐다.
홍 전 대표이사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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