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베트남법률가협회가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베트남 법률가와 한국 변호사들이 한 목소리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베트남법률가협회 소속 법률가들과 함께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1955년 설립된 베트남법률가협회는 법률가와 법률 관련 학자 6만3천여명이 소속돼있는 베트남 대표 법률가 단체다. 두엉 탄 박 베트남 협회 부회장, 쩐 반 꽝 부위원장 등 변호사 6명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사건과 관련해 한국과 베트남의 민간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지만 한국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피해회복 조치 노력은 미미한 상태”라고 짚었다. 이어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이자 역사적 진실 위에서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참전 군인들의 희생과 고통에 대한 온전한 역사적 평가를 이끌어내는 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서울변회 박종우 회장과 베트남법률가협회 두엉 탄 박 부회장은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공동성명 전문을 차례로 낭독했다. 이들은 한국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지난 3월 4일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은 관련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민간인학살 피해자가 직접 서면을 통해 한국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베트남 퐁니마을 학살생존자 응우옌티탄씨와 하미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동명이인)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한베평화재단과 함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트남전은 1975년에 끝났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마땅히 책임이 있는 한국정부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 베트남 청원인들의 절박한 요구에 꼭 응답해달라”고 호소했다.
17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베트남법률가협회가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지속돼왔지만,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4월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 법정이 개최됐다.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민간인학살에 가담한 한국군을 조사한 신문조서가 국정원에 보관한 정황도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베트남을 국빈방문해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가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한 적은 없다. 민간인학살 신문조서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국정원은 법원 확정 판결에도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한국군은 1964년 9월부터 1972년까지 31만2천여명을 베트남에 파병했는데 이 기간 동안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학살은 80여건, 피해자 수는 9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