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검찰에 출두하는 홍만표 변호사.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 출신 전관변호사들의 이른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17일 과거사위는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몰래변론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검찰에 전관예우 등 법조계의 형사사법 절차상 잘못된 폐습이 있다”고 밝혔다. 몰래변론은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수사나 내사 중인 형사사건 무마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행위이다. 과거사위는 “몰래변론은 수임자료가 남지 않아 변호사협회의 감독을 피하고 탈세의 온상이 될뿐더러 고액 수임료를 감당하기 힘든 대다수 국민을 차별하는 위헌적인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2015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횡령·도박 사건을 몰래 변호했던 홍만표 전 변호사 사건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홍 변호사는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직접 면담해 수사상황을 파악하고, 정씨에게 ‘추가수수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다”며 “홍 변호사는 몰래변론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기초로 정 전 대표에게 허위 진술을 만들어주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결국 검찰은 정씨의 상습도박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수사해 형사사건으로 등록했지만, 처벌이 약한 도박 혐의로만 구속기소하고 횡령 부분은 누락했다”며 “고의성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권이 정당하게 행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1월 대한변협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정병두 전 인천지검 검사장과 박영렬 전 수원지검 검사장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몰래변론을 해 과태료 300만원과 200만원의 징계를 받은 내용도 적시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3~2014년 가천대 길병원 횡령사건 무마 등 명목으로 10억5천만원을 수수한 사건도 사례로 제시했다. 우 전 수석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형사사건 변론기록 제도 등의 개선을 권고했다. 검찰 형사 사건에 관한 기본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충실히 공개해 직접 변론의 필요성을 줄이고, 검찰청 출입기록 등 변론기록 작성 누락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몰래 변론에 연루된 검사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강화하고, 수사 검사가 아닌 상부 지휘검사에 대한 변론은 특별한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 등을 권고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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