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연매출 2천억대의 ㈜삼우종합건축사무소(㈜삼우) 등을 30년이 넘도록 삼성 계열사로 보유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아 법원에서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관련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벌금 1억원은 약식명령으로 내릴 수 있는 법정최고형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공정위 고발을 접수한 뒤 지난달 이 회장을 기소했다. 검찰 조사로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서영)이 삼성 위장계열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 회사는 조직 구성을 변경하거나 주요 사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삼성의 영향을 받는 계열사이지만, 이 회장은 삼성 소속 회사 명단에서 ㈜삼우와 ㈜서영을 뺀 허위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검찰은 봤다. 공정거래법(제68조 4항)을 살펴보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총수는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를 소속회사로 기재해 공정위에 관련 자료를 내야 한다.
㈜삼우는 1976년 설립된 건축사무소로, 삼성 서초사옥,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등 삼성그룹 주요 건축물의 설계를 독점했다. 그 덕에 업계 실적 1위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4년 삼성물산이 설계부문을 인수하면서 ㈜삼우는 삼성 계열사가 됐다.
앞서 2016년 8월 <한겨레21>은 ‘삼성, 30년 위장계열사 정황 드러나’ 등의 기사로 “㈜삼우는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내용의 전현직 ㈜삼우 임원들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