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에서 가해자 책임을 묻는 데 걸림돌이 되어온 ‘소멸시효’ 규정에 대해 시민단체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한 민법상 소멸시효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장기간 노동력을 착취당한 지적장애인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 가해자가 어김없이 ‘소멸시효’ 주장을 꺼내든다. 민법(제162조1항, 166조1항)을 살펴보면, 채권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그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근로기준법(제49조)에 따르면, 임금 채권을 3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그 시효가 지나버린다. 이러한 법조항을 바탕으로 장애인 학대 사건의 손해배상 재판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해 피해 장애인들의 권리 구제를 제한해왔다.
충남 당진 소재 과자공장에서 장기간 노동력을 착취 당한 지적장애인 모자도 임금, 위자료의 일부만 보상하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7년 충남 당진 소재 과자공장에서 지적 장애 2급인 어머니와 아들이 15년 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다. 가해자인 고용주는 그해 8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1월 어머니와 아들은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지만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문봉길)은 지난 3월 “민법상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지났다”는 가해자쪽 주장 등을 받아들여 청구 금액(7억4400여만원) 중 3분의1(2억9400여만원)만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에서 소멸시효 주장은 위헌”이라는 위헌심판제청 신청도 각하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에 소멸시효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노동력 착취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해자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다. 소멸시효 적용에 대한 헌법적 검토가 없다면 ‘염전노예’ 사건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장애인 노동 착취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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