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피해대책 위원회 회원들이 시위하는 모습. 위원회 블로그 갈무리.
내 집 마련을 위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무주택자 조합원 100여명에게 토지 사용권을 확보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수십억원을 뜯어낸 업무대행사 대표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건설·조세·재정범죄전담부(부장 김명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중랑구 중화 지역에서 활동한 업무대행사 대표 백아무개(67)씨를 사기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의 설명을 보면, 백씨는 2010년 1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중화 지역주택조합원 103명으로부터 6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 주택 입주 때까지 무주택자이거나 주거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1채 소유한 세대주인 사람들이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용지를 매입하고 투자금을 모아 시공사를 직접 선정해 아파트를 짓게 하는 제도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나서기도 하지만, 업무대행사를 통해 조합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주택법 시행령 제20조를 보면, 지역주택조합으로 아파트 등을 지으려면 사업 구역 내 아파트 등을 짓는 땅의 80% 이상에 대한 사용 허락을 토지 소유자들에게 받아야 한다. 백씨는 중화 지역 토지 소유자들에게 사용 허락을 37%밖에 받지 못했음에도 80%를 넘겨 곧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조합원들을 속여 66억여원을 뜯어냈다. 검찰 관계자는 “중화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은 모두 254명이고 전체 피해 금액은 154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우선은 진술이 확보된 피해자와 피해 규모만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중화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 성동구와 경기 포천시의 지역주택조합에서도 업무대행을 맡아 세 곳의 조합 자금 90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투자(60억원)나 실내경마(21억원)를 하거나, 아는 여성의 생활비와 렌트 비용, 아들의 임대료를 대신 내주는 등으로 탕진한 횡령 혐의도 받는다. 백씨는 또 2015년 5월부터 10월까지 헤어진 아내와 아들 등 가족 이름으로 중화 지역주택조합 사업 구역 내 부동산을 산 뒤 이를 조합에 비싸게 팔아놓고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으로 조합에 7억원 가까운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백씨의 범행은 사업이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것을 의심한 조합원들이 지난해 6월부터 검찰과 경찰에 차례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발각됐다.
검찰은 “업무대행사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주도하면서 생기는 사업진행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악용해 피해를 입힌 사건”이라며 “조합원의 피해 복구를 위해 백씨를 기소하기 전 금융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백씨가 헤어진 아내와 아들 명의로 숨겨 둔 15억원가량의 은닉 자산에 대해서도 추징보전청구를 통해 가압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