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2019년 직장갑질 사례 40건 공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린다” 폭언 여전해
“‘직장인 보호법’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린다” 폭언 여전해
“‘직장인 보호법’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모인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직장갑질 119 제공
#1.
저는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직원입니다. 팀장의 갑질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합니다. 팀장은 종종 “(문서) 표 간격이 좁다”며 “또 실수하면 어떡할 거야? 지금 여기 직원들 보는 앞에서 또 실수하면 어떻게 할 건지 얘기해봐”라고 소리칩니다. 제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PPT 넘기는 거 실수하지 마라. 실수 한 번에 손가락 하나씩 자른다”고 말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팀장은 저에게 “너 실수 한번 했더라? 새끼손가락 하나 자르자~ 응?”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갑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 일어서니 “내가 일어서지 말랬지? 너 한 시간 동안 일어서는지 지켜본다”고 소리쳤습니다. 폭언이 가장 심했던 어떤 날에는 샤프를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XX, 니가 그만두는지 내가 그만두는지 한번 해볼래? 이게 진짜 돌았나?”라고 소리쳤습니다.
#2.
얼마 전 회사 체육대회가 있던 날 팀장은 상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제게 지시했습니다. “술 마시라는 거 아니다. 그냥 따라만 드려라”라면서요.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도, 따르지도 않는 저는 애써 무시하며 앉아있었습니다. 그러자 팀장님께서는 저의 팔을 잡고, 목 뒷덜미를 손으로 잡고 흔들면서 “죽고싶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팀장님은 “너는 앞으로 결재 무조건 안 해준다”고 협박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너무 비참하고 살기가 느껴져 밥도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3.
회사에 노조가 만들어진 뒤, 본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유일하게 노조에 가입한 저는 그 이후 사무실에서 사실상 ‘왕따’가 됐습니다. 회사가 이름을 변경하면서 고용 승계 시점인 11월부터 2월 말까지 저는 빈 사무실에서 어떠한 업무지시, 소속도 없이 사실상 혼자 대기 상태로 있었습니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100㎞가 넘는데도 저는 회사에서 출·퇴근 확인권을 발급해주지 않아 통행료를 자비로 내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두통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4.
저는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회사 반장에게 몇번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그야말로 찍혔습니다. 반장은 작업장 전환 배치를 통해 저를 업무가 제일 심한 곳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언니는 “반장이 널 갈구라고 했다”며 “너는 일을 못 한다”고 말하는 등 계속해서 괴롭혔습니다. 반장은 동료들에게 저에게만 일을 시키라고 지시하는 등 집단적으로 괴롭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5.
회사에서 잔업을 안 했다는 이유로 과장은 저를 폭행했습니다. 잔업을 안 해 죄송하다고 했는데도 과장은 저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과장은 의도라도 한 것처럼 회사 공장 내부 기둥 뒤에서 저를 때렸습니다. 그곳엔 시시티브이(CCTV)가 없습니다. 그곳에선 직원들도 소음이 심해 귀마개를 끼고 일을 하기 때문에 폭행하는 장면을 보거나 들은 사람은 1명도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너무 무서워서 과장 앞에 무릎을 꿇고 “진짜 잘못했다”고 사죄했습니다.
#6.
저는 부서 회식에서 상사로부터 폭행을 당했습니다. 상사는 회식 3차가 끝난 뒤 술에 취해 누워 있는 저에게 다가와 저의 뒤통수와 뺨·엉덩이를 20여 차례 때렸습니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상사는 제가 “하지 말아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도 저의 뒷덜미까지 잡아가며 폭행했습니다. 회사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상태로 벌어진 일이라며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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