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6년 4월 총선에서 ‘친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전략을 짜는 등 정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정보경찰 출신 현직 치안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 선출 상임위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찰’을 한 정황이 확인된 정보경찰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밤 11시께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과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을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자료가 수집되어 있고, 피의자 역시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그 법리적 평가 여부에 관하여만 다투고 있다”면서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등 가담경위에서 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점, 피의자가 수사 및 심문에 임하는 태도,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관계” 등을 구속영장 기각의 사유로 들었다.
두 현직 치안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윗선’을 향해가던 정보경찰 수사도 잠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치안감은 영장심사에서 “선거 관련 문건 작성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라면서 “청와대에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보필하러 간 것이므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지시로 선거에 개입하는 문건을 작성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죄는 아니다’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향후 검찰은 정치관여 혐의의 불법성 입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관여·불법사찰’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은 지난 26일 2016년 총선 당시 ‘친박’ 후보를 위해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현직 치안감인 정 치안감과 박 치안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국가인권위 위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진보 교육감 등을 사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치안감과 박 치안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경찰청 정보국에서 ‘요직’을 지내며 청와대와 경찰청 정보국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정보국에서 정보2과장과 정보국장을 지낸 ‘정보통’인 정 치안감은 2016년 총선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2과장을 지낸 박 치안감은 총선 당시 정보심의관을 지냈다. 검찰은 이들이 총선 당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경찰청 정보국이 작성한 ‘정치컨설팅’ 성격의 문건을 청와대로 전달한 것으로 보고있다. 박 치안감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16년 11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치안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한편, 인권위는 30일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난 정보경찰의 ‘인권위 상임위원 사찰문건’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검찰은 지난 17일 2012년 민주당의 추천으로 인권위 상임위원에 임명돼 2015년 3월까지 활동한 ㄱ씨를 소환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정보경찰이 당시 보수 일색의 인권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던 ㄱ씨를 지속적으로 사찰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ㄱ씨에 따르면,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경찰청 정보국이 작성한 문건에는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 주요 직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업무 동향 등을 파악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문건 중에는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성명에서 “경찰이 관련 법령에 따라 부여된 직무권한 범위를 벗어나 조직적으로 인권위의 업무를 사찰하고 개입한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경찰 협력관’ 제도를 운영해 경찰과 공식적인 창구를 마련하고 경찰청 정보관과의 개별 접촉을 금지하는 방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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