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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배달기사들의 첫 노조 ‘라이더유니온’ 출범…오토바이 타고 행진

등록 2019-05-01 16:51수정 2019-05-01 21:45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출범 총회
국회부터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
“라이더는 배달하는 기계가 아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 유니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 유니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들은 우리를 딸배라고 부릅니다. ‘딸딸딸' 오토바이 소리를 내면서 배달한다고. 또는 철가방 들고 배달한다고 ‘철가방'이라고 부릅니다. 배달이 늦었다며 고객들이 내 얼굴에 담배연기를 내뿜어도, ‘공부 못하는 애들이 배달이나 한다’는 악플을 달아도 우리는 균형 잡고 거리를 누빕니다. 어떤 주소라도 정확히 알고 배달합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배달대행업체 배달기사들의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129주년 노동절인 1일 40여명의 배달기사들이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배달대행업체 배달기사 노조 ‘라이더 유니온’ 출범 총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에는 헬멧을 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라이더유니온 출범을 준비해왔으며, 현재 41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상황이다.

1일 오후 ‘라이더 유니온’ 출범 총회 뒤 이어진 ‘오토바이 행진’에서 한 배달 대행 업체 배달기사가 나와 발언을 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1일 오후 ‘라이더 유니온’ 출범 총회 뒤 이어진 ‘오토바이 행진’에서 한 배달 대행 업체 배달기사가 나와 발언을 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보험료 현실화’가 새겨진 손팻말을 든 배달 기사들은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배달료(수수료) 현실화 △극한 날씨와 미세먼지 등에 대한 대책 마련 △산업재해 인정 및 유급휴일·휴일수당 보장 △정부-기업-라이더유니온의 3자 단체교섭 등을 요구했다. 이날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료는 건당 4천원 수준으로 인상돼야 하고,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실업급여 보장 등을 통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배달 기사들의 산재 사건 등에 대한 법률 상담을 지원하는 등 배달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배달기사들은 보험료 현실화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4년째 배달기사로 일하고 있는 강정한(38)씨는 “하루 10~12시간 정도 일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생계가 빠듯해 컴퓨터 수리일도 병행하고 있다”며 “1~2년에 한두번은 빗길이나 눈길에서 다치기 마련인데 라이더들은 영세사업자로 분류돼 산재보험 가입이 안 된다.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종합보험의 보험료 인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배달 대행 업체 배달기사들의 노조 ‘라이더 유니온’ 출범 총회에서 배달기사 박상빈(32)씨가 자신의 오토바이에 ‘라이더를 리스펙’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있다. 오연서 기자
1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배달 대행 업체 배달기사들의 노조 ‘라이더 유니온’ 출범 총회에서 배달기사 박상빈(32)씨가 자신의 오토바이에 ‘라이더를 리스펙’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있다. 오연서 기자
지난달 배달대행업체 ‘부릉’ 강서 화곡 지점에서 일한 지 두달 만에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양지선(27)씨는 “다쳤을 때 병원비 등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종합보험의 보험료가 1년에 400만원이 넘는다. 배달 수수료는 1.5㎞당 3천700원으로, 한달 꼬박 일해서 100만원 정도밖에 못 받는다.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는 등 일을 못하게 되면 생계에 큰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세먼지가 심해도 자비로 마스크를 사야했다. 배달통도 내돈으로 사야 한다”며 “근로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밝혔다.

1시간가량의 총회가 끝난 뒤 배달기사들은 특별한 행진을 시작했다. 배달기사 36명은 ‘라이더를 리스펙’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보험료 현실화’라고 쓰인 띠를 오토바이에 붙이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서부근로복지공단·삼성화재·맥도날드 등을 돌며 “우리는 배달하는 기계가 아니다” “라이더 인권을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행진 도중 발언에 나선 맥도날드 구산점 배달기사 김덕영(43)씨는 “배달기사들은 배달업무뿐만 아니라 포장, 햄버거 생산 등 이중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배달기사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없다. 위험하고 힘들게 일하는 만큼 안전하고 풍요로운 대가를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출범 총회 뒤 오후 2시께 배달기사 36명은 ‘라이더를 리스펙’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보험료 현실화’라고 쓰인 안전띠를 오토바이에 붙이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오연서 기자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출범 총회 뒤 오후 2시께 배달기사 36명은 ‘라이더를 리스펙’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보험료 현실화’라고 쓰인 안전띠를 오토바이에 붙이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오연서 기자
한편, 이날 노동절을 맞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다양한 집회가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오후 2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19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주최 쪽 추산 2만7000명이 모인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재벌독점체제 전면개혁 △사회안전망·사회공공성 확대를 요구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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