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무개(39)씨가 딸에게 먹이기 위해 구입한 서울우유 멸균제품에서 지난달 18일 곰팡이가 발견됐다. 서울우유 쪽은 “빨대 꽂는 부분이 파손되면서 곰팡이가 증식했다”고 해명했다. 사진 정씨 제공
충남 천안에 사는 정아무개(39)씨는 지난달 18일 저녁 8시께 23개월 된 딸에게 우유를 주려다 깜짝 놀랐다.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해서 구입한 멸균우유인데, 우유에서 상한 치즈 냄새 같은 게 났기 때문이다. 빨대 꽂는 부분에는 짙은 녹색의 이물질이 묻어 있기도 했다. 정씨가 우유 팩을 가위로 잘라 내부를 확인했더니, 하얀색 덩어리와 초록색 곰팡이가 엉켜 있는듯한 이물질이 손가락만한 크기로 뭉쳐 있었다. 정씨는 “상온에서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우유에서 이물질이 생긴 걸 보고 놀랐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고 딸에게 먹였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주로 먹는 유제품 회사 제조 음료에서 잇따라 곰팡이가 발견돼 아이 키우는 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월 남양유업에서 생산하는 어린이주스 ‘아이꼬야 레드비트와 사과 맛 주스’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파문이 인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우유에서 생산하는 멸균우유 ‘앙팡 베이비 우유’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멸균우유란 우유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서 고온 처리로 모든 균을 죽인 우유를 말한다. 유통기간이 수개월로 길고,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보통 분유나 모유 수유가 끝난 뒤 멸균우유를 먹는다. 이번에 정씨가 곰팡이를 발견한 서울우유의 ‘앙팡 베이비 우유’는 유통기한이 5월8일까지인 멸균제품이었다. 정씨는 “3월 중순 한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12개입 2박스를 대량 구매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서울우유 누리집에 해당 이물질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다.
정아무개(39)씨가 딸에게 먹이기 위해 구입한 서울우유 멸균제품에서 지난달 18일 곰팡이가 발견됐다. 해당 우유 팩의 빨대 꽂는 부분은 손상된 상태로 이물질이 묻어 있다. 서울우유 쪽은 “빨대 꽂는 부분이 파손되면서 곰팡이가 증식했다”고 해명했다. 사진 정씨 제공
민원을 접수한 서울우유 쪽은 정씨에게 “배송 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5일 정씨의 우유 속 이물질을 회수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배송 과정에 우유 팩의 빨대 꽂는 부분에 파손이 생기면서 곰팡이가 대량 증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멸균우유는 특별히 우유 팩 7겹으로 포장을 하는데, 빨대 꽂는 부분은 얇은 알루미늄 1개층으로만 이뤄져 있어 파손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5월8일 유통기한인 제품을 해당 공장에서 6만6000개 생산했으나 동일한 오염 건은 1건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알루미늄층으로 되어 있는 빨대 꽂는 부분의 경우 작은 충격으로도 파손될 수 있어서 유통·판매 중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택배 유통을 하다 보면 파손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는 포장 및 배송 과정에서의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멸균우유의 경우 공정 과정 중에 팩을 펼쳐서 안을 살균하고 이물을 제거하고, 유통하기 전 9일 동안 검수한 뒤 변질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면 출하하지 않아 공정 과정 중 이물질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최근 멸균우유를 소셜 커머스나 인터넷 쇼핑몰 업체를 통해 대량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택배 운송 과정에서 충격이 생겨 상대적으로 포장재가 얇은 빨대 꽂는 부분이 훼손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멸균우유는 특히 장기간 상온 보관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배송 및 보관 도중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유통·배송업체 쪽에 우유 팩을 에어캡으로 감싸서 포장하게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방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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