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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알린 이탄희 전 판사 “비위 법관 명단 국민에 공개해야”

등록 2019-05-09 19:59수정 2019-05-09 20:05

사법농단 의혹을 세상에 처음 알린 이탄희 전 판사가 2월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 의혹을 세상에 처음 알린 이탄희 전 판사가 2월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법원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 66명 중 10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청구한 가운데, ‘사법농단’ 사태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이탄희 전 판사가 비위 법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탄희 전 판사(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이 전 판사는 “대법원장이 검찰의 통보대로 징계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징계 시효가 도과된 부분도 애써 눈감아보겠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돼있는지, 포함됐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래야 나머지 2900여명의 판사들도 자유로워진다”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이 대법원에 통보한 ‘사법농단’ 연루 법관 66명 가운데 10명에 대해서만 추가 징계를 청구한 바 있다. 고법 부장판사 3명, 지법부장판사 7명이다. 검찰 수사를 이유로 징계를 미루다 징계 시효(비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가 지난 법관이 32명에 달하는데, 시효가 도과되지 않은 34명 대부분도 ‘면죄부’를 받게 됐다. 징계를 피한 법관들은 공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국민으로서는 사법농단 연루 판사에게 재판을 받아도 알 길이 없다.

이 전 판사는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 없다. 이미 일정 부분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 못 본 체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자기 자신을 속이면 그때부터 사람의 영혼은 병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문에 △폐쇄적 문화개선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굳건한 믿음 회복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명단과 비위 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닿겠습니까, 재판받는 국민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습니까” 되물었다.

대법원의 ‘소극적’ 징계로 사법농단 연루 법관 상당수가 사실상 책임을 면하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 그 ‘행위’에 대한 것이다. 면죄부를 주면 그 ‘비위 행위’를 용인하게 된다. 이는 젊은 공직자들의 가치관에 혼란을 주는 일이고, 젊은 판사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국민들을 ‘냉소’쪽으로 유도하는 일이다.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이 전 판사는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부터 ‘기조실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나올 텐데 놀라지 말라’는 말을 듣고, 이에 반발해 법원에 사표를 냈다. 이 전 판사의 사표로 당시 법원행정처가 개혁적 성향의 판사를 사찰해왔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판사 사찰 의혹은 재판 거래, 판사 인사불이익 의혹 등 ‘사법농단’ 사태로 확대됐다. 이 전 판사는 지난 1월 사표를 제출하고 법원을 떠난 뒤 지난 2일부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이 전 판사의 글 전문이다.

검찰은 66명의 법관에 대해 비위통보를 했습니다. 대법원장은 그 중 10명에 대해서만 징계청구를 하고 나머지 56명은 청구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그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였습니다.

대법원장이 검찰의 통보대로 징계를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징계시효가 도과된 부분도 애써 눈감아 보겠습니다. 하지만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었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야 나머지 2900여명의 판사들도 자유로워집니다.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가 없습니다. 국민은 불안합니다. 이미 일정 부분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 못 본 체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자기 자신을 속이면 그때부터 사람의 영혼은 병이 듭니다.

이번 대법원장 입장문에 3가지 문구가 눈에 띕니다.

“폐쇄적 문화 개선” / “국민의 눈높이” / “국민의 굳건한 믿음 회복”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겠습니까. 재판받는 국민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습니까.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 그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면죄부를 주면 그 “비위행위”를 용인하게 됩니다. 이는 젊은 공직자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주는 일이고, 젊은 판사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국민들을 “냉소” 쪽으로 유도하는 일입니다.

걱정입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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