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전 경찰청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정부 정보경찰의 ‘정치개입·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전직 경찰 수장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2016년 4·13 총선 당시 정부·여당의 승리를 위해 전국 3000명에 이르는 정보경찰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사찰해 ‘견제’ 방안을 마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2016년 4·13 총선 당시 ’친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 등으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이철성 전 경찰청장(당시 경찰청 차장), 박화진 경찰청 외사국 국장(당시 치안비서관), 김상운 전 경북지방경찰청장(당시 정보국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친박’ 후보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세우는 등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강 전 경찰청장과 이 전 경찰청장, 김 전 경북청장 등은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에 각각 정보국장을 지내며 대통령과 여당에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을 ‘좌파’로 규정해 사찰하고 ‘견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하는 위법한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거나 ‘친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은 최근 <한겨레> 보도로 연달아 드러난 바 있다. <한겨레>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은 2016년 4월 총선 당시 친박 후보를 위한 ‘정치컨설팅’ 성격의 문서를 작성했을뿐 아니라
전국 사전투표소에 대한 ‘염탐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나
진보 교육감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사찰 보고서를 작성하고 ‘부교육감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실도 드러났다. 또 당시 박근혜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 정치인의 세세한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보고해온 정황도 드러났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실무자급’ 책임자인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당시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당시 정보심의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같은달 30일 이를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등 가담 경위에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사유를 밝혔었다. 영장심사에서 정 치안감 등은 “선거 관련 문건 작성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영장 기각 이후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 등을 잇달아 불러 ‘선거개입·불법사찰’ 활동에 대한 이들의 관여 정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 “실무자들이 알아서 한 일일 뿐 내용을 잘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 등은 경찰청장이 되기 전 정보국장, 치안비서관 등을 핵심 요직을 지낸 ‘정보통’ 경찰로 알려져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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