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대법원을 통한 ‘재판 청탁’ 의혹 수사가 몇달째 지지부진하다.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접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 의혹은 지난 8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구속)의 공판에서 거론되며 다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은 의원들에게 재판 관련 청탁을 받은 사실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실제 재판에 개입한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1월15일 임 전 차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임 전 차장이 서영교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철래·이군현 전 의원(옛 새누리당)으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주기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직권남용)를 포함했다. 그러면서 청탁한 의원들 수사 방침도 분명히 했다. 특히 서 의원의 경우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해 임 전 차장에게 청탁할 당시, 법원과 사법행정을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어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 뒤 넉달가량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검찰은 별다른 수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가지고는 (전·현직 의원들을) 처벌하기가 여의치 않다. 임 전 차장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혐의 입증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공판에서도 검찰은 의원들의 재판 청탁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는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대로 수사를 흐지부지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검찰의 공식 입장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쪽은 “의원들 재판 청탁 건은 계속 수사하고 있는데, 청탁자 처벌이 원래 만만찮다”며 “이 사건에서는 청탁한 의원들보다 청탁을 받은 사람의 진술이 중요한 만큼 향후 임 전 차장 등의 재판 과정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진상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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