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서정초등학교 정문 앞에 들어선 휴대용 엑스레이 제조업체인 ㈜포스콤 공장 전경. 업체는 착공 당시 학부모들이 안전성 문제를 들어 반발하자 ‘공장에 방사선 차폐시설을 입주시키지 않는다’는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이를 어기고 차폐시설 설치를 강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앞 휴대용 엑스레이 공장 설립을 둘러싸고 업체와 학부모 사이에 9년째 이어진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번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고양시와 휴대용 엑스레이 제조업체인 ㈜포스콤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포스콤은 2017년 10월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서정초등학교 정문 앞에 8층 짜리 공장을 완공한 뒤 지하 1층에 성능 시험장과 방사선 차폐시설을 설치해 운영중이다. 포스콤은 휴대용 엑스레이 시장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착공 당시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공장에 방사선 차폐시설을 입주시키지 않는다’는 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뒤늦게 차폐시설 설치 사실을 알게 된 고양시가 공장허가 등록 취소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포스콤은 “강압에 의한 합의”라고 맞서며 ‘공장설립 승인·등록 처리 조건(부관) 무효 확인청구소송’을 지난 22일 의정부지방법원에 냈다.
‘학교앞 엑스레이 공장 신축’ 논란은 2010년 5월 포스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장부지를 51억원에 분양받은 9년 전부터 시작됐다. 포스콤은 같은 해 8월 고양시에 전체면적 1만1637㎡ 규모의 공장신축 허가를 신청했다.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고양시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업체는 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해 5년여 만인 2015년에야 착공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고양시청 앞에서 한달여 동안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업체는 정재호 국회의원, 고양시, 학부모대책위와 2016년 7월 ‘공장안 차폐시설 미설치’ 합의문에 서명했다.
서정초 학부모대책위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포스콤의 방사선 차폐시설 미입주 합의는 공장 설립등록을 위한 꼼수로 드러났으며, 합의에 참여한 학부모들과 고양시민의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라며 “안전한 교육환경과 기업, 지역경제의 상생을 위해 체결된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포스콤은 “4자 합의는 강압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박상철 포스콤 이사는 “당시 170억원을 들인 공장 신축공사가 중단돼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협의체에 끌려가 억지로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들은 대화 조건으로 ‘차폐시설’부터 먼저 철거하라고 하는데 차폐시설은 방사선 발생장치 생산의 허가조건으로, 차폐시설이 없으면 생산이 금지돼 공장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업체가 낸 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행정처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천광필 고양시 일자리경제국장은 “4자 합의를 위반한 포스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만큼 공장허가 등록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업체가 소송을 낸 상태라 시기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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