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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운동하다 원수되는 ‘동호인 스포츠 사고’, 배상 책임은 몇 대 몇?

등록 2019-05-15 06:00수정 2019-05-15 10:12

헤딩하다 수비수 발에 뇌손상
법원 “피파가 정한 경고 이상 반칙 신의칙 의무 소홀…1억원 배상하라”

배드민턴 복식 같은팀에 스매싱
법원 “빈번한 신체접촉 예상 안돼 안전배려의무 있어…640만원 배상”

농구 공격수 어깨 밀쳐 인대 파열
법원 “슛 막으려 손 치는 행위 넘어 공중 도약 반칙은 미필적 고의” 유죄
생활체육 소송 판결 보니. Jaewoogy.com.(*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8월 축구동호회에서 공격수로 뛰던 김아무개씨는 상대팀 페널티박스 앞에서 패스받은 공을 향해 헤딩슛을 시도했다. 상대팀 수비수 서아무개씨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허리 높이로 발을 휘둘렀다. 서씨의 발에 걸린 건 공이 아닌 김씨의 머리였다. 김씨는 그대로 운동장 바닥에 고꾸라졌다. 뇌 손상 판정을 받았고 인지장애 후유증마저 얻었다.

마침 서씨는 대인사고를 배상하는 보험을 들어뒀다. 하지만 보험사는 “수비수가 할 수 있는 정상적 플레이였다”며 김씨에게 배상하길 거부했다. 부상 가능성이 큰 축구경기에 김씨가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서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는 수비수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김씨와 그 가족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경기 규칙을 인용해 “서씨가 최소한 경고(옐로카드) 이상의 반칙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조심성 없이, 무모하게, 과도한 힘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기를 녹화한 영상을 보면 서씨의 시선은 공에만 향해 있었다. 상대 선수 위치를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공을 걷어낼 생각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대방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채 무모한 발길질을 해 “선수들 간 응당 지켜야 할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활체육 인구가 급증하면서 경기 중 발생한 사고 책임을 두고 동호회원들 사이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앞선 사례처럼 신체장애를 가져와 거액을 배상하는 사례도 생기면서, 법정으로 간 ‘동네스포츠’ 사고에 대한 종목별 판단도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서부지법은 배드민턴 복식 경기 중 셔틀콕을 강하게 내려치다 같은 편 동료를 다치게 한 사람에게 6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드민턴은 격투기나 축구 등과 달리 상호 간 빈번한 신체접촉이나 충돌은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넓지 않은 코트 안에서 라켓을 휘두를 때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기려는 마음이 앞서 오버하다가 인생에 빨간줄(전과)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2015년 교내 농구 대회에서 서태웅(가명)씨는 레이업슛을 하기 위해 돌진하던 강백호(가명)씨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강씨는 인대가 파열됐고 전치 12주 판정을 받았다.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고소(상해)로까지 번졌고, 법원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서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슛을 막기 위해 손을 치는 등의 반칙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플레이에 속하지만, 공중으로 도약하는 순간 어깨를 들이미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일반 동호인 농구 대회에서 발생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격해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에서 서씨는 강씨에게 29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무조건 가해 선수의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으로 번진 동네스포츠의 ‘심판’을 맡은 법원은 경기 규칙, 가해자의 주의 의무, 피해자의 대처 여부 등을 고루 따져 책임 범위를 정한다. 지난 2월 대법원은 돌진하는 공격수와 충돌하며 사지마비 피해를 준 골키퍼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축구나 농구 등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경기에는 부상 위험이 내재하므로 (경기 참가자의)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격수가 무리한 점프를 시도했고 골키퍼가 경기 규칙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게 판단의 근거였다.

김혜겸 변호사(법무법인 광안)는 14일 “규칙이 모두 다른 운동경기 중에 발생한 반칙과 이로 인한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결국 법원의 재량”이라며 “경기 규칙에 견줘 위반이 얼마나 심각했는지가 배상 책임을 가르는 관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율원)는 “운동경기 중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므로 나중에 책임을 물으려면 당시 상황을 담은 녹화 자료 등 객관적 자료를 증거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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