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왼쪽),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을 동원해 선거개입 문건을 작성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사찰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강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기재된 혐의 관련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증거인멸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철성 전 경찰청장, 박화진 경찰청 외사국 국장, 김상운 전 경북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 및 관여 정도, 문건 등 증거자료의 확보 정도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된 강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장,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거쳐 경찰청장(2014년 8월~2016년 8월)을 맡았다. 강 전 청장은 영장심사에서 문건이 작성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청와대와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지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지난 10일 2016년 4·13 총선 당시 친박근혜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정보경찰 등을 동원하는 등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강 전 청장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청와대와 경찰청 정보국 등에서 근무하면서 정보경찰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사찰해 ‘견제’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한겨레> 보도 등으로 드러난 경찰청 정보국 문건 내용을 보면, 당시 정보경찰은 2016년 4월 총선 때 친박 후보를 위한 ‘정치컨설팅’ 성격의 문서를 작성하고 전국 사전투표소에 대한 ‘염탐보고서’까지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진보 교육감 등 정치적 반대세력을 ‘정적’으로 규정해 사찰하거나 견제 방안을 고안하기도 했다. 정보경찰의 집중 ‘동향파악’ 대상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이었지만 청와대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김무성 의원 등 ‘비박계’ 정치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영장심사 하루 전날인 14일에는 29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찰청 정보국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사건들만 보더라도 정보경찰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수없이 자행했음을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정보경찰 폐지를 통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청와대의 결단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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