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2부(재판장 최규현)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오경택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종교가 아닌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종교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에 문을 열어준 대법원이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구체적 기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2부(재판장 최규현)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경택(31)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오씨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2월 “전쟁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평소 신념에 따라 입대를 거부했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그해 7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씨가 주장하는 ‘신념’은 앞서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해당한다고 밝힌 ‘양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심은 깊고 확실하며 진실해야 한다.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어선 안 되고 상황에 따라 타협하거나 전략적이어선 안 된다. 하지만 피고인은 모든 물리력 행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상황, 조건에 따라서는 물리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오씨에게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은 폭력행위라고 생각하느냐” 등 가정을 전제로 한 피고인 신문을 했다. 이에 오씨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저항권” 차원에서 자신의 신념에 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바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예비군 훈련도 면제받으므로 병역거부로 불이익을 감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죄 선고가 나자 오씨는 “법원이 비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대로 드러난 판결”이라며 상고하겠다고 했다. 오씨를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병역거부를 기본권 행사라고 봤음에도 일선 법원의 판단에선 그 취지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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