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ㄱ씨는 2017년 5월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를 보러 갔지만,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했다. 해당 영화관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미제공은 차별”이라며 같은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시·청각 장애인이 극장에서 차별없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한국영화도 자막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권위 의견이 나왔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가가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해 필요한 기술·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청각 장애인도 한국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자막, 화면 해설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를 종합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과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현재 롯데시네마, 씨지브이(CGV), 메가박스 등 주요 영화관은 화면은 음성, 소리는 한글 자막으로 설명하는 베리어 프리영화 외에는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시·청각 장애인은 최신 한국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등 상영일과 상영 횟수, 상영 대상 등에서 모두 제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극장이 한국영화 상영 때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차별로 보기 어렵다며 ㄱ씨의 진정은 기각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상물을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할 책임은 영상물의 ‘제작업자와 배급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이번 진정 외에도 롯데시네마, 시지브이(CGV), 메가박스 등 영화관을 대상으로 유사 진정이 14건 가량 들어왔다”며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에는 인권위가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관계기관 등에 정책·관행 개선, 시정 권고, 의견 표명 등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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