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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퀴어 모임 부스 앞에서 “천국 가라” 기도한 서울시립대 교수

등록 2019-05-21 15:11수정 2019-05-21 21:06

16~17일 이틀간 찾아와 기도
기도 내용 묻자 “천국 가라는 것”

교내 혐오여론 부추기는 불씨돼
서울시립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퀴어시대’가 학내에 설치했던 부스. 퀴어시대 제공
서울시립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퀴어시대’가 학내에 설치했던 부스. 퀴어시대 제공
서울시립대학교의 한 교수가 교내 성소수자 모임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기념해 차린 부스 앞에서 “천국에 가라”고 기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성소수자는 죄인’이라는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교수가 퀴어 혐오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립대 성소수자 모임 ‘퀴어시대’와 총학생회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의 권아무개 교수는 학교 축제 기간인 16일 낮12시30분께 퀴어시대 부스에 찾아와 손에 깍지를 끼고 30분 가량 기도를 했다. 권 교수는 17일 같은 시간에 찾아와 또 기도를 이어갔다. 부스 상주자의 신고로 총학생회 관계자가 찾아와 기도를 제지했지만 권 교수는 되려 반발했다. 기도 내용을 묻는 질문에 권 교수는 “부스 인원(퀴어시대)이 천국에 가길 바란다”고 답한 뒤 “나에게는 기도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 나를 쫓아내고 싶으면 총장에게 가서 말하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30분 동안의 기도를 끝내고서야 자리를 떴다.

퀴어시대는 교내 성소수자에 대한 모욕과 위협이자 명백한 혐오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교수의 일방적인 기도는 성소수자는 죄인이고 자신이 기도로 구원해야 한다는 혐오·시혜적 태도를 가진 것을 반증한다”며 “오직 퀴어시대 부스 앞에서만 기도했다는 점에서 그러한 의도가 충분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트랜스젠더 인권 향상 모임인 ‘트랜스해방전선’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혐오는 하나님의 언어가 될 수 없다”며 해당 교수를 비판했다. 퀴어시대는 해당 교수에게 1주일 안에 사과문을 올릴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권 교수의 기도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퀴어시대 회원들은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퀴어시대 운영진 권보현(22)씨는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해당 교수에 대한 글이 올라왔는데 ‘기도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 ‘(퀴어) 더럽다’, ‘사회의 질병’ 같은 댓글이 쏟아지면서 회원들 모두가 정신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덧붙였다. 교수의 행동이 교내 퀴어 혐오 여론을 부추기는 불씨가 됐다는 설명이다.

교수 기도 사건 뒤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퀴어 혐오 댓글들.
교수 기도 사건 뒤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퀴어 혐오 댓글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몇 년 전 서강대 교수가 교내 성소수자 동아리의 현수막을 칼로 찢는 등 교수들의 이런 행동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 사회에서 교수가 움직이면 학생들도 따라 움직인다. 성소수자들은 자기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부스와 10m 떨어진 곳에서 퀴어시대를 비롯해 앞에 있는 학생들 전부를 대상으로 기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퀴어시대를 집중적으로 향해 기도를 한 건 사실”이라며 “성경 말씀에 어긋나면 모두 죄가 된다는 측면에서 ‘천국에 가라’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퀴어시대 입장문과 관련해서는 “내가 겪은 사실과 상당히 다르며 내가 했다는 말도 곡해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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