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에스케이(SK)케미칼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을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연구보고서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17년부터 시행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 특별법)으로 기업이 기소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은 에스케이케미칼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박철 에스케이케미칼 부사장 등을 가습기 특별법 혐의로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특별법을 보면 환경부 장관의 지시로 진행된 환경부 조사에서 거짓된 자료·물건을 제출하거나 허위진술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번 기소는 특별법 이 조항을 적용해 기업을 기소한 첫 사례로, 환경부가 지난 달 이들 기업을 고발한지 한 달만에 이뤄졌다.
에스케이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의 유해성 관련 연구자료를 지난해 환경부 현장조사에 숨긴 정황은 지난 3월 27일 <한겨레> 보도(
SK케미칼 1년 전 환경부엔 ‘가습기 살균제 자료 없다’더니…)로 드러난 바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환경부의 ‘정보제공 및 열람명령 결정 유보’ 통보서(2018년 2월7일 작성)를 보면, 당시 환경부는 전산 전문가까지 대동해 중앙서버를 조사했으나 가습기 메이트 관련 자료를 찾지 못했다. 에스케이케미칼 또한 환경부에 ‘관련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 뒤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 에스케이케미칼 쪽은 ‘보관하고 있지 않다’던 유해성 연구보고서를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검찰이 전직 회사 관계자 등으로부터 연구보고서를 먼저 입수하자, 이후 동일한 연구보고서를 뒤늦게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에스케이케미칼이 숨기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해당 연구보고서는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이 1994년 10월 진행한 ‘가습기살균제의 흡입 독성에 관한 연구’다. 당시 유공(현 에스케이케미칼)이 용역을 줘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인해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해, 유해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에스케이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의 무해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한 ‘핵심물증’으로 보고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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