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성소수자모임 지큐(GQ) 트위터 갈무리
가천대학교가 “성소수자는 찬반의 문제”라고 언급하며 학내 성소수자 모임의 현수막 설치를 불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과 3월 숭실대학교도 학내 성소수자 모임의 학교 시설 대관과 현수막 설치를 불허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 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22일 가천대 성소수자모임 지큐(GQ·GachonQueer)와 가천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큐는 지난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교내에 이 날을 알리는 현수막과 홍보 부스를 설치하려 했으나 가천대 학생복지처의 불허로 무산됐다. 지큐는 “학생복지처가 ‘성소수자는 찬반의 문제로 학교 전체 의견으로 보일 수 있기에 불가하다’ ‘학교는 최대한 정치적인 문제를 피하고 있으며 민감한 사안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의 책임이기에 불가하다’며 현수막과 부스 설치를 못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지큐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한 개인의 정체성은 찬반을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평등을 위한 학생의 움직임을 민감하고 정치적이라는 이유에서 불허하면, 그것은 대학의 존재 이유와 본교의 건학 이념인 박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큐 활동가는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교의 불허 결정 이후에 에브리타임 등 대학 커뮤니티에 포비아에 가까운 혐오 댓글들이 올라왔다”며 “학교의 결정이 성소수자를 차별과 혐오 쪽으로 내민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가천대학교 학내 성소수자모임 GQ가 가천대 학생복지처의 현수막 설치 불허를 규탄하며 낸 성명. GQ 제공.
지큐는 지난해에도 가천대가 성소수자 모임 활동을 제약한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큐는 성명에서 “과거에도 모임 홍보 현수막이나 선언문 부착 등의 학생 자치 활동을 못 하게 했다. ‘학교는 우수한 정상의 학생들을 우수하게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 요구하는 것은 보통의 경우를 벗어난 것이며 허가하면 일반 학생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며 혐오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가천대 학생복지처는 이에 대해 올해 지큐의 현수막 설치를 불허한 것은 맞지만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혐오발언은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복지처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 모임의 현수막 게시를 허가해주는 게) 곤란한 측면이 있다. 모임을 지지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지지하지 않는 학생도 있어서 애매하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학교가 ‘정상의 학생을 사회로 내보내는 게 학교의 목적이다’라거나 ‘일반 학생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불허한 게 맞지만 지난해에는 현수막 설치를 허가해줬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학내 성소수자 모임 활동이 ‘민감하다’는 이유 등으로 불허된 것은 가천대만의 일이 아니다. 2015년에는 숭실대 학내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이 성소수자의 결혼식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를 상영하려다 학교 쪽에 의해 제지당했다. 인권위는 지난 1월7일 “성소수자 관련 영화를 상영한다는 이유로 학교시설 대관을 불허한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라며 황준성 숭실대 총장에게 “앞으로 대관 시설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숭실대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지난 3월28일에도 “대학 설립 이념에 어긋난다”며 ‘숭실에 오신 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방인 홍보 현수막 설치를 금지했다.
지난해 5월17일 장신대학교에서도 대학원생과 학부생 8명이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한 뒤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가, 대학원 학생 4명에게 최대 6개월의 유기 정학과 반성문 제출 등의 징계처분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17일 장신대 쪽에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심기용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QUV) 활동가는 “대학 등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일로 논란이 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꺼리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찬반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혐오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성소수자 학생들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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