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는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이 대학원생을 성추행했다가 고발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같은 과 ㄱ교수를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이 대학원생을 성추행했다가 고발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같은 과 ㄱ교수를 비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성 교수들이 평소 학과 내 성폭력적인 문화 속에서 ㄱ교수로부터 따돌림 등의 피해를 입은 유일한 여성 교수에게 “ㄱ교수를 용서하라”고 압박했다는 증언도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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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와 인문대 학생회는 23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어서문학과 남성 교수들이 ㄱ교수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에는 한국인 정교수가 6명인데 이 가운데 1명만 여성이다. 앞서 <한겨레>는 여러 명의 학과 관계자들을 만나 ㄱ교수 외에도 여러 명의 남성 교수가 공공연하게 성희롱 발언을 해온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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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어서문학과 남성 교수들이 ㄱ교수를 비호하고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저지른 정황 증거들과 증언을 공개했다. 특위는 ㄱ교수가 성폭력 가해와 관련해 인권센터에 제출한 진술서를 작성할 때 남성 교수 일부가 작성에 참여하고 내용을 수정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이 정황의 근거로 피해자를 도와 인권센터에 ㄱ교수의 성폭력을 제보한 제보자 ㄴ씨가 지난 1월4일 서어서문학과의 한 남성 교수와 나눈 대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이 교수는 “심정적으로 오랫동안 같이 한 동료가 저렇게 어려워하는데 (ㄱ교수가) 글 좀 봐달라는데 어떡하겠어”라며 진술서 작성을 도왔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을 했다.
남성 교수들이 ㄱ교수에 대한 문제 제기를 그만두도록 압박하고 회유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위가 확보한 이 학과 여성 교수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ㄱ교수가 여성 교수를 통해 ㄴ씨에게 성폭력 가해와 관련한 진술서 내용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자신은 물론 학과 차원에서 ㄴ씨에 대해 공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성 교수들이 ㄱ교수를 비호하기 위해 여성 교수를 집요하게 압박했다는 의혹도 있다. 특위 관계자는 “학과 교수회의 뒤풀이 자리에서 남성 교수들이 여성 교수에게 ‘ㄱ교수가 (따돌림 등에 대해) 사과하면 받아주고 용서하라’며 밤새 압박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서어서문학과 학생들은 크게 분노했다. 신유림 서어서문학과 학생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수들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며 성폭력이 만연한 학과 분위기에 대한 지적에 교수들이 회피하는 태도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특위는 이러한 의혹을 검증할 수 있는 간담회가 21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교수들의 불참으로 파행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교수들은 ‘편향된 자료 해석으로 우리 쪽 제보자와 참고인의 보호가 어렵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은 같은 날 사과문을 내고 “ㄱ교수를 비호하거나 두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위는 “기만적”이라고 꼬집었다.
특위는 이런 조직적인 비호 문화야말로 ㄱ교수가 반드시 파면돼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특위는 “조직적으로 가해자를 비호하는 공동체에 가해자가 되돌아간다면 피해자와 학생들은 평생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는 27일에는 ㄱ교수의 파면과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서울대 전체학생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