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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증거인멸 지시’ 삼성전자 부사장 구속…‘수뇌부’ 수사 급물살

등록 2019-05-25 01:42수정 2019-05-30 17:35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구속영장은 기각
분식회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분식회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관련 주요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소속 부사장과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이 구속됐다. 반면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티에프가 증거은폐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를 건너뛰고 곧장 그룹 수뇌부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재용 체제’를 떠받치는 그룹 컨트롤타워 소속 임원까지 구속되면서, 검찰의 회계사기 수사는 곧장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로 향할 전망이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4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와 김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부사장, 박아무개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25일 새벽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아무개·박아무개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태한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5일 회의 참석 경위, 증거인멸 과정, 직책 등을 비춰보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다툴 여지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김 대표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사의 큰 흐름에 변함이 없다고 판단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윗선 수사로 나갈 수도 있다.

김 대표 등은 삼성바이오 및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증거 인멸과 은폐·조작을 총괄적으로 지시한 혐의를 사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5월5일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안아무개 부사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모여 삼성바이오 관련 증거은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의 직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업지원티에프→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를 통해 조직적인 증거은폐가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회계사기 핵심 수사 대상인 삼성에피스의 경영 현안(나스닥 상장 및 콜옵션 행사)을 이재용 부회장이 보고받은 정황이 담긴 전화통화 정리 문건을 삭제(<한겨레> 5월25일치 1면)하고, 삼성에피스 경영에 필수적인 서버까지 통째로 뜯어 공장 바닥 밑에 숨긴 것이 이즈음이었다. 사업지원티에프는 자료 삭제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 보안 전문조직인 보안선진화티에프 소속 임직원을 삼성에피스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부회장’ ‘JY’ ‘지분매입’ ‘재매입’ ‘오로라’ 등 제목이 들어간 파일을 찾아내 영구 삭제했다고 한다.

검찰은 특히 삭제한 검색어 중에 극비 프로젝트였던 ‘오로라’가 포함된 것이 그룹 수뇌부가 증거은폐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로 판단했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사업지원티에프가 2017년 삼성에피스 합작사인 미국 업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응해 꾸린 ‘지분매입 티에프’의 별칭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그룹 내에서 극소수만 알고 있던 ‘오로라 프로젝트’의 흔적을 실무 직원들이 직접 없앴다는 것은, 최고위급 수뇌부의 지시 없이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김 대표는 앞서 3차례 검찰 조사에서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대질신문 때는 삼성바이오 임원들이 “김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자, “내가 언제 그랬냐”며 화를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수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영장심사를 받을 때는 “증거인멸을 했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 “구속되면 바이오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대서특필될 것” 등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반면 구속된 사업지원티에프 김아무개 부사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부하 임원을 직접 회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업지원티에프 백아무개(구속) 상무를 만나 “당신 선에서 처리한 것으로 진술하라”고 설득했는데, 검찰은 이를 윗선으로 수사가 향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꼬리 자르기’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증거은폐를 계획한 사업지원티에프 수장인 정현호 사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정 사장을 몇 차례 조사 뒤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게 된다.

한편 검찰은 24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에 공용서버와 노트북 수십대를 숨긴 혐의로 안아무개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대리를 구속기소했다. 그는 구속 뒤 ‘개인 판단’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철회하고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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