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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부실 대처로 ‘어금니 아빠’ 피해자 사망…국가, 유족에 배상해야”

등록 2019-05-26 16:29수정 2019-05-26 21:01

서울중앙지법 “경찰 대처 부실…1억8천여만원 배상”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추행한 뒤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추행한 뒤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한겨레> 자료사진
법원이 ‘어금니 아빠’ 사건에서 경찰 대응에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국가가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재판장 오권철)는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피해자 부모와 형제에 모두 1억8천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어금니 아빠’ 사건은 딸의 희귀병 치료를 위해 모금활동을 하면서 ‘어금니 아빠’로 불렸던 이영학(37)씨가 딸 친구를 추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 초동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언론보도와 경찰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2017년 10월1일 이씨는 딸 친구인 피해자를 추행하고 살해한 뒤 딸과 함께 피해자의 주검을 유기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사망하기 13시간 전, 피해자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했지만 피해자의 최종 목격 장소나 목격자를 특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이 이씨 딸의 존재와 인상착의를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들은 이를 귀담아듣지 않아 피해자 행적을 추적할 핵심 단서였던 이씨 딸을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

중랑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은 코드1(code1·최우선으로 출동해야 하는 신고) 출동 무전을 받고도 “출동하겠다” 허위보고한 뒤 사무실에 머물렀다. 한 경찰은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느라 무전을 듣지 못했다. 3시간30분 가까이 지난 뒤, 망우지구대를 방문해 2분 정도 수색상황을 물어본 것이 전부였다. 여청수사팀장 이아무개 경감은 당직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7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해당 신고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수사 사항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 유족은 “경찰의 초동 대처 부실로, 딸이 숨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2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경찰의 과실을 인정하며 경찰의 위법행위로 피해자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12종합상황실 운영, 신고처리 규칙과 실종 아동 가출인 업무처리규칙, 경찰관들의 위법행위, 피해자와 유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를 종합해볼 때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우지구대 경찰이 피해자가 숨지기 전 이씨 딸의 존재를 확인하고 조사했다면 손쉽게 피해자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봤다. 경찰의 위법 행위가 없었다면 이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고, 이 경우 이씨가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기로 마음 먹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경찰이 과실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이씨와 같다고 봐 대등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감정에 반한다”며 책임 비율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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